제263장

이런 생각을 한 그는 마음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이건 모두 그녀가 변씨 가문에서 겪었던 일들이었다. 그는 지금 전부 다 갚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 갚고 나서 더 이상 빚이 없으면 모든 게 다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에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억지로 의지를 굳게 다지며 다시 표준 자세로 꿇었다. 깊은 밤에 내리는 폭우. 변서준은 정원에서 이미 두 시간째 무릎 꿇고 있었고, 정가현은 창가에 서서 두 시간 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다. ...... 정가현의 약 사건이후, 경호원들은 밤에도 교대로 당직을 섰다. 오늘 밤은 유시일 당직이었다. 그는 어두운 곳에 숨어 정원에 있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 특효약을 주사 맞아서 변서준의 몸이 많이 약할 텐데, 무릎 꿇기 시작해서 의연했던 자세에서 몸이 점차 흔들거리면서도 그의 허리는 여전히 꿋꿋했다. 유시일은 굳센 의지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있으면서도, 뼛속에는 여전히 오기가 넘쳐 다른 사람이 얕잡아 볼 수 없게 했다. 유시일은 이런 남자의 오기가 정말 꺾이게 되는 걸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며 주저하다가 결국 조용히 별장으로 들어가 정가현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방에 들어선 유시일은 정가현의 등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섰다. 정가현은 머리를 돌리지 않고 시선은 여전히 정원에 무릎 꿇고 있는 남자에게 고정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유시일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아가씨, 변서준 씨의 지금 몸상태로는 얼마 못 버틸 것 같은데요......" 정가현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이번엔 내가 억지로 꿇게 한 것도 아니야. 저 사람이 빚 갚는다는 명의로 날 속이는 거 좋아하잖아. 실컷 연기하게 놔두지 뭐."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