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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정가현은 턱을 살짝 쳐들더니 눈빛으로 바닥에 넘어져 있는 변서아를 가리켰다.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변서아는 아직도 격렬하게 기침하며 분노의 가득 찬 듯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지만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모지영은 실망스럽다는 말투로 정가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가현 씨, 서아는 가현 씨에게 절반 동생이야. 아무리 서아가 거북한 말을 했다지만 나중에 사과도 했잖아. 그런데도 꼭 이렇게 복수해야겠어? 서아 아직 애야. 가현 씨 착한 사람 아니었어? 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 그 말에 사람들은 이 사건이 한차례의 복수극이라고 단정지었다. 변서아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몰래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변서아는 변씨 가문의 아가씨다 보니 풍향은 일제히 변서아에게로 기울어졌다. 반대로 정가현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변서준은 아무 말 없이 시종일관 어두운 눈빛으로 정가현을 바라봤다. 변서준의 눈빛에 불쾌함을 느낀 정가현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 동생 성격은 당신이 제일 잘 아는 거 아니었어? 당신도 내가 변서아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해?” 변서준은 입술을 오므린 채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가현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진 거지? 변서준이 언제 날 믿어준 적 있다고. 그래, 믿거나 말거나. 설명하기도 귀찮아. 몸을 돌려 떠나려는데 변서준과 친분이 있던 몇 명의 여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야! 사람을 저렇게 만들고 어딜 도망쳐? 우리가 그냥 보낼 거라고 생각해?” “내 말이! 오늘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넌 여기 못 나가!” 정가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이려는 그때, 유한진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그녀 앞에 우뚝 섰다. 유한진을 발견한 여자들은 눈빛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이내 꼬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유 사장님, 이젠 확실하게 보셨죠? 이 여자 완전 독하고 못 되고 심보도 고약해요!” “그러니까요. 어떻게 서아 씨를 저렇게 만들어요. 이런 여자는 유 사장님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요!” 유한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당기더니 천천히 정장 외투를 벗었다. 여자들이 넋을 잃고 유한진을 바라보는 그때, 유한진은 정가현에게 부드럽게 외투를 걸쳐주더니 여전히 애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늦었어. 추워.”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정가현에 대한 비난을 멈추었고 어떤 여자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당장이라도 정가현을 찢어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한진은 아무 일 없듯이 정가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늦었으니까 돌아가자.” 정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몸을 돌리는 순간, 뒤에서 모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사장님. 가현 씨가 서아를 괴롭힌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런데도 감싸실 건가요?” 유한진은 고개를 돌리더니 모지영이 아닌 변서준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가현이는 누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절대 먼저 일을 만드는 성격이 아니에요. 믿기 힘들다면 호텔 CCTV라도 한 번 돌려보세요. 물론 경찰서로 가도 되고요.” 유한진은 애정을 듬뿍 담아 그녀를 우리 가현이라고 불렀다. 변서준은 갑자기 심장이 조여왔다. 두 사람 사이로 보아 아마 이혼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변서준은 주먹을 꽉 쥔 채 시선을 유한진의 품에 안긴 자그마한 정가현에게 옮기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미안한 일 한 적 있어?” 순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변서준, 왠지 질투하는 것 같다. 정가현은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3년이야. 난 3년 동안 당신한테 부끄러운 짓 한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그 말은 오히려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 그녀는 빈정거리는 눈빛으로 변서준과 모지영을 번갈아 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한진과 호텔 이스트를 떠났다. 그리고 현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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