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그렇게 좋게 말하지 마.”
박지훈이 갑자기 서점 안으로 들어오며 《 농부와 뱀》 을 손에 들고 무심히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곧바로 심민아에게로 향했다.
“당신은 아빠를 위해 결혼 선물을 준비할 생각 따윈 애초에 없었어. 그 책은 그냥 서재에 처박힌 걸 아무렇게나 집어 온 거잖아.”
누구라도 심민아의 태도에서 진심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박진호만은 그 형식적인 책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간직해왔다.
죄책감은 날이 무딘 칼 같았고 날카롭진 않지만 매번 가슴을 찌르며 깊숙이 파고들었다.
박진호가 보물처럼 아끼는 결혼 선물은 정작 그녀가 무심히 고른 책 한 권이었다. 그 사실이 어딘가 모르게 그녀를 질투와 분노로 물들게 했다.
숨이 막힐 듯 괴로웠던 그녀는 박수연의 손을 조심스레 박지훈에게 맡기며 말했다.
“지훈아, 수연이 데리고 먼저 집에 가. 난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심민아의 등을 바라보며 박지훈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가식이야.”
박수연이 조용히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확신해? 엄마는 정말 늦었지만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잖아.”
박지훈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뒷좌석에 털썩 앉았다.
“외양간을 고쳐봤자야. 소는 이미 떠났거든. 아빠 마음은 벌써 다른 사람한테 가 있어.”
박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말이야? 아빠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누군데?”
‘아빠는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박지훈은 의외로 부드러운 표정으로 작게 웃으며 말했다.
“비밀이야. 하지만 곧 그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우리의 새엄마가 될 거니깐.”
...
심민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박진호는 조명 아래에서 손에 책을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심민아는 그가 그 책을 보며 첫사랑을 떠올리는 줄로만 생각했지만 오늘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을 6년 동안 붙들고 있었을 리가 없다.
그는 책을 핑계 삼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박진호는 책을 들어 보이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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