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다른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방성훈과 심민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동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표님, 심하 그룹은 심태호 님의 피와 땀으로 세운 회사라고,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하면 안 된다고 하셨잖습니까.”
“다른 사람이 아니었어.”
한동욱은 머리가 총명하고 눈치도 빠른 편이었다.
박진호의 말에 한동욱이 바로 물었다.
“대표님의 뜻은, 아까 회의실에 있던 그 여자 비서가 사모님이라는 겁니까?”
긴장할 때 옷깃을 매만지고 입술을 깨무는 건 심민아의 습관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위장했다고 해도 박진호는 바로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한동욱은 박진호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방성훈이 심하 그룹을 달라고 하면 사모님을 다시 줄 겁니다. 지금 방성훈이 우주 테크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으니... 결국에는 사모님이 심하 그룹을 사면서 방성훈에게 돈을 주는 꼴이 되었네요. 방성훈이 대체 어디가 좋아서 그러시는 건지... 사모님을 가장 사랑하는 건 대표님이신데 말입니다.”
박진호는 뒷좌석에 앉아 눈을 붙였다. 하지만 미간 사이 주름에서 짜증과 피곤이 엿보였다.
“내 개인 계좌로 7천2백억을 보내줘.”
“...예. 대표님.”
한동욱은 숨을 돌리고 대답했다.
심민아가 방성훈한테 돈을 주는 데 박진호는 그런 심민아의 돈이 모자랄까 봐 따로 돈을 챙겨주려고 하고 있다.
다들 심민아가 호구라고 하는데, 한동욱은 박진호가 진정한 호구라고 생각했다.
박진호가 떠난 후 방성훈은 사인했다.
심민아가 얘기한 7천억으로 말이다.
계약을 마쳤는데 갑자기 계좌에 거액이 들어왔다.
박진호가 보낸 7천2백억이 계좌에 입금된 것이었다.
‘진호 씨가 왜 갑자기 돈을 보낸 거지? 설마 정체를 들킨 걸까?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방성훈도 못 알아보는데 진호 씨가 알아봤을 리가 없어. 그러면 도대체 왜 이 돈을... 설마 이혼 위자료?’
심민아는 박진호가 이혼하면 위자료를 섭섭하지 않게 챙겨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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