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다음 날 아침.
거실 식탁 위에는 풍성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식탁 옆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는데 박진호가 초빙한 영양사처럼 보였다.
“아이스커피 한 잔만 줘요.”
심민아가 아주 자연스럽게 지시하듯 말하자, 정지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똑같은 심민아의 고고한 태도와 거만함에 질려 있었다. 마치 주변 사람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으니까.
“이 식사는 당신 게 아니에요.”
정지안은 식탁 위 음식을 들어 올리며 썩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심민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뭐라 대답하려는 순간, 정지안이 무언가를 봤는지 금세 표정을 싹 바꾸고 다정한 미소를 띠고는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지훈아, 수연아, 이모가 아침밥 만들어 왔어. 지훈이는 위가 안 좋으니까 건강 죽을 끓였고, 수연이 널 위해선 토끼 모양의 밀크 번도 만들었지. 그리고 오빠는 따뜻한 국물 좀 마시면 좋겠다 싶어서 뭇국도 준비했어요. 겨울이 다가오니까 몸을 따뜻하게 하라고요.”
마치 이 집안 안주인이 된 것처럼, 정지안의 세심한 배려는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박지훈은 식탁에 앉아 눈앞에 놓인 향긋한 죽을 힐끗 보았다.
문득 며칠 전 심민아가 직접 끓여 줬던 죽이 떠올랐다.
그건 모양도 볼품없고 냄새도 별로였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해 줬던 거라 어쩐지 잊히지 않았다.
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무심코 입을 열었다.
“이 죽, 어떤 사람이 해줬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 보여. 그렇지, 수연아?”
갑작스레 이름이 불린 박수연은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곧장 심민아의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니야! 엄마가 끓여 준 죽이 제일 맛있어! 난 다른 여자가 해 준 밥 따위 먹지 않을 거야. 한 집 밥만 먹어야지! 수연이는 엄마 밥만 좋아해!”
정지안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농담인 척 빈정거리는 말을 했다.
“어머, 언니가 요리를 한다고요? 그거야말로 드문 일이네요. 언니같이 곱게 자란 분은 날 때부터 밥상 차려주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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