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강태환은 인상을 쓰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
20분 뒤.
화장실.
이미경이 조심스럽게 강여경의 옆에 나타났다. 불안해 보였다.
“오늘 일로 회장님이나 사모님이 저를 의심하지 않을까요? 저는 억울합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잖아요.”
강여경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미 의심은 내가 다 해결해 놨어요. 이거 가져다 쓰시고 입만 꾹 다물어요. 오늘 일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요.”
이미경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앞으로 분부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강여경의 입꼬리가 표독스럽게 쓱 올라갔다.
“하나 있기는 한데…. 할머니 잘 봐주세요. 좋아지지 않아야 해.”
이미경이 나이 어린 아가씨의 잔인함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받을 돈을 생각하고 주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아 참, 약혼 축하도 못 드렸네요.”
“그저 약혼한 거 가지고, 뭘.”
강여경의 얼굴은 사뭇 싸늘했다. 강여경은 한선우가 한주그룹 상속자 자리를 놓쳤는데도 결혼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
다음 날 아침, 7시 반.
여름은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최하준의 집에서 나와 아침을 차리지 않아도 되니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휴대 전화가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르니 장 반장의 초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큰일입니다. 지금 막 현장에 도착했는데 별장에 수도관을 안 잠가서 밤새 물이 샜어요. 지금 집이 다 잠겼습니다.”
여름이 벌떡 일어났다.
“기다리세요. 제가 바로 갈게요.”
급히 현장으로 가보니 별장 안의 물이 넘쳐서 계단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막 수도와 전기 배관을 했는데 물이 잠겨버린 것이다.
여름이 온 것을 봤을 때 장 반장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끝장이에요, 망했어요. 방금 배관을 살펴봤는데 죄다 침수돼서 다 망가졌습니다.
“어떡합니까. 양 대표님이 책임을 물을 거예요. 저는 보상할 능력도 안 됩니다. 어젯밤에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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