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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골프장. 최하준이 골프채를 휙 휘두르자 공은 어디로 갔는지 종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지훈이 옆에 서서 찬바람이 쌩하니 부는 최하준을 훑어보고 있었다. 여름이 떠나고 나서부터 내내 저런 얼굴이었다. 이지훈도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제수씨 아직 안 왔어?” “나가서 죽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최하준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배에서 눈치도 없이 ‘꾸르륵’ 소리가 났다. 이지훈이 뻘쭘해서 콧등을 비볐다. “제수씨가 해주는 밥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제수씨 없다고 밥까지 굶는 건 좀….” “누가 그 사람이 한 밥을 좋아한대!” 최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 사람 없으니까 다이어트 되고 좋네.” “…….” 이지훈은 처음으로 친구에게서 츤데레 냄새를 맡고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 갑자기 강여름이 존경스러워졌다. 만약 자신이 최하준과 그렇게 오래 살았다면 벌써 돌아버렸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모레 강여경하고 한선우 약혼식이라서 제수씨도 갈걸. 그 집에서 나한테도 초대장 보냈던데. 어떻게, 내가 가서 한번 잘 말해 볼까?” 최하준이 눈썹을 쓱 올렸다. “할머님 팔순 잔치 아니고?”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이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최하준의 눈이 다시 서늘해졌다. 그 집안에서 할머니 팔순 잔치는 해드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바보가 무슨 모욕을 당하려고 또 거길 가?’ “잘 말해 보긴, 뭘? 다 수작이라니까? 두고 보라고, 약혼식 직전에 무슨 수를 쓰든 나한테 연락할 거야.” 그 순간 스마트 폰이 울렸다. ‘하여간 love’에게서 톡이 왔다. “이거 보라고, 바로 톡 왔지.” 최하준이 SNS를 열었다. 여름이 6번에 나누어 1,200만 원을 보냈다는 메시지였다. 최하준의 얼굴이 굳었다. 이지훈이 어깨 너머로 흘끗 보더니 의아해 했다. “어우, 돈 많은 분이 자네에게 작업 거는 거야?” “응.” 최하준의 얼굴이 풀렸다. ‘그럼 그렇지, 이것도 새로운 수작이구나.’ 대화창에 ‘상대방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라는 알림을 보고 눈치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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