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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화

“백소영, 그만 해. 괜히 남의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마.” 마침내 이주혁이 입을 열었다. 바비큐 불판 앞에서 편안한 캐쥬얼을 입고 서 있는 이주혁은 자신감 넘치고 시원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깊은 두 눈만큼은 심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 짜증 나게 하는 그 매운 말솜씨 여전하구나.” 백소영의 가슴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이주혁, 더 멋있어졌네. 그런데도 예전처럼 날 미워하는구나.’ 백소영이 얼음처럼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 “내가 그간 여러분을 최대한 피하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해 왔으니 뭐 얽힐 것도 없었을 텐데 왜 갑자기 우리 영하에 이래요? 우린 최 회장의 제품이 없으면 안 되는 거 다 아시잖아요? 제발….” “영하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지.” 하준은 찬바람이 쌩 불도록 돌아섰다. 백소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백소영의 눈에서 무력함을 읽고 여름은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안 될까요?” 돌아선 하준을 절망적인 눈으로 보던 백소영이 물었다. 송영식이 잔인하게 뱉었다. “밤새도록 꿇어 앉아 있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다 자업자득 아닌가? 돌아가서 반성하고 인간이나 되시죠. 그러면 먹고 살 길은 터줄 지 모르니까요.” “전에도 그러더니 지금도 이러네요. 내가 대체 당신들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예요?” 백소영은 자조적으로 웃더니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지다빈의 얼굴을 보더니 멈춰 섰다. “이게 누구야?” 지다빈은 당황해서 얼른 하준의 등 뒤로 숨었다. 최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나가십시오.” 백소영이 씩 웃더니 세 남자를 한 번 훑어 봤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뭇 동정 어린 시선으로 여름을 쳐다봤다. “셋이 이러고 순진한 사람 하나 속이고 희롱하니까 재미있나 보네?” 여름은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지? 무슨 소리야?’ 여름은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너무 아파서 그 말을 들은 세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확 변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야, 당장 나가!” 이주혁이 성큼성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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