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화
하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나랑 그렇게 오래 같이 일을 했으면서 그딴 일도 못 해내면 안 되지. 못 하면 나랑 같이 못 다녀.”
“……”
상혁과 주혁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어쨌든 지금 하준의 와이프인 여름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자인 점은 사실이었다.
******
발표회는 3시간 동안 계속됐다.
끝나고 나서 여름은 차에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기사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고 보니 하준이 수영장 옆 풀밭에 서 있었다.
흰 셔츠에 편안한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셔츠를 바지에 넣지 않아서 더욱 편안해 보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옷자락과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를 산들산들 흔들었다.
언뜻 보면 열 살은 어려진 것 같았다. 대학생 같은 하준을 보니 순수해 보였다. 다만 안색이 너무 창백했다.
여름은 마음이 약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하준에게 다가가 기다란 속눈썹을 올렸다.
“미안해요. 사람들 앞에서 당신 병력을 밝혀 버렸어요. 내가 미워요?”
하준이 여름의 머리를 쓸더니 와락 품에 안았다.
“내 와이프 점점 더 근사해지네.”
“화… 안 나요?”
여름은 조금 놀랐다.
“병력이 알려지는 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당신이 날 떠나지만 않으면 아무 상관 없어.”
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받쳐 들고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내 곁에서 함께 치료하는 걸 봐줄 거야?”
“응.”
여름이 단호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언제 다 나을지도 모르는데. 평생 못 고칠 지도 몰라. 게다가 당신을 다치게 한 적도 있잖아. 어떤 때는 나도 통제가 안 되는 내 자신이 두려워.”
하준의 눈에 확 초조함과 고통이 스쳐 갔다.
“쭌, 치료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난 당신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
여름이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 아이를 가져요.”
하준이 깜짝 놀랐다.
“전에는 싫다고 했잖아?”
“이주혁 씨와 상의해 봤어요. 가정을 이루고 싶잖아. 아이가 생기면 우리 두 사람의 가정이 더 완벽해질 거예요.”
여름은 고개를 들어 따스한 눈길을 보냈다.
“아이가 생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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