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화
“그러니까. 이제와서 부끄러워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최정이 입을 비죽거렸다.
“이번에는 정말 하준이가 너 때문에 큰일 났어.”
“평소에 그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애가 왜 그랬을까?”
최진이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엄마 아버지가 이번에는 골치 좀 아프시겠네.”
최대범이 테이블을 ‘탁’ 쳤다.
“그냥은 두고 못 본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라. 첫째, 비행기 표는 사줄 테니 이 나라를 떠나서 국적을 포기하고 이민을 가거나, 둘째, 여기 남아서 죽도록 힘들게 살아보던가.”
여름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국적을 포기하고 이민을 가라고?
최하준이 그렇게 괴롭힐 때도 내가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는데 최하준이 날 지키려다가 재벌가의 타겟이 되어 고생 중인데 가버린다면... 내 양심이 버틸 수 있을까?’
“하준 씨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참 뒤 여름이 주먹을 꼭 쥐었다.
“구해주실 건가요?”
“걔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지. 계속 저러고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 집안에 그런 애 없는 셈치면 그만이다.”
최대범이 싸늘하게 뱉었다.
“흥! 어쨌든 이제 녀석의 명성은 땅바닥에 떨어졌고, 온 재벌가에서 그 애를 못 잡아먹어 난리가 났다. 그 많은 재벌가가 모두 우리 FTT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우리 집안이 10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을 모두 잃게 만들었으니 이제 하준이 녀석이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름은 하준의 식구를 돌아보았다. 다들 하준을 걱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엄마라는 최란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하준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성격이 그렇게 차갑구나.’
“하준 씨는 손자잖아요. 가문의 명예가 혈육보다도 중요한가요?”
여름이 몸을 똑바로 펴며 말을 이었다.
“하준 씨의 할아버지, 할머니, 낳아준 어머니시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나요? 하준 씨가 FTT를 키워서 명예와 부를 가져다줄 때는 다들 그렇게 우러러보다가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을 맞고 있는데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내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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