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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장

하준은 흠칫하더니 얼른 여름을 풀어주고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부들부들 두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여름이 돌아보더니 두려운 듯 하준을 쳐다봤다. “당신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최하준 씨와 있을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져요. 난폭하고 멋대로에 억지를 부리니까. 조금이라도 잘못해서 성질을 건드리면 악마처럼 변하는데, 누가 그렇게 악마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그만, 그만 해요.” 하준은 테이블에 있던 그릇을 모두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눈에는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 ‘강여름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왜 이렇게 자꾸 날 건드리는 거야?’ 최하준도 사람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곧 절제심을 잃을 것 같자 하준은 벌컥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휘청거리며 차로 들어가 약을 찾아 꺼내 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 손에 선연한 아픔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식당. 여름은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마에서 식 땀이 흘러내렸다. 방금 하준의 시선은 너무 무서웠다.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느낌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확확 바뀌지? 1초마다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것 같아. 전에는 왜 최하준이 저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몰랐을까? 도망쳐야 해! 최하준과 결혼해서 평생 살 수는 없어.’ 여름이 돌아서니 이모님이 주방 입구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계셨다. 여름은 못 본 척하고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이모님이 불렀다. “여름 씨, 회장님을 자극하지 말아요.” “네. 다시는 안 그러려고요.” 여름은 창백한 얼굴에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 이모님은 좀 더 설명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 ‘회장님이 일부러 저러시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병이 발작한 것 같아요.’ 그러나 사실을 말하고 나면 여름이 더 겁을 낼까 싶어서 그냥 그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 병원. 이주혁은 하준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며 창백한 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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