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내가 할게요.”
여름은 하준이 갑자기 이렇게 다정한 것이 어색했다.
칫솔을 받아 들고 욕실로 들어가 거울에 비친 처참한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이젠 죽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구나.
나를 내려놓자. 그리고 매일 그냥 타락한 삶을 살면 되지.
아니야. 그럴 순 없어.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면 이제 세상에 겁날 게 뭐가 있어?
숨이 붙어 있는 한 저 인간하고 싸워보자.!’
여름이 욕실에서 나왔다. 하준이 다시 여름을 보았을 때는 뭔가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같이 쇼핑이나 갑시다. 아니면 어디든 가서 좀 쉬어도 좋고.”
“출근할 거예요.”
여름은 옷방으로 들어가더니 정장을 들고 나왔다.
“......”
붕대를 감은 여름의 표정이 이상한 걸 보고 하준이 물었다.
“이러고 회사에 가겠다고?”
“왜? 사람들이 보고 놀랄까 봐 그래요?
여름은 남 얘기하듯 침착하게 답했다.
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알아서 하십시오.”
그래도 여름에게 할 일이 있다면 집에 박혀서 죽느니 사느니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
오전 10시.
화신그룹, 브라운 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뒷모습을 찍는다면 당장 아무 패션잡지에라도 올라갈 듯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 가득한 붕대를 본 직원은 다들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다.
여름이 지나가고 나서야 귓속말을 주고 받을 뿐이었다.
“대표님 무슨 일이래? 성형 실패인가?”
“뭔 소리야? 그 얘기 못 들었어? 임자 있는 사람 침대에 뛰어들었다가 현장을 딱 걸려서 그 여자한테 맞았대.”
“말도 안 돼.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우리 대표가 혼외자라던데? 엄마도 남의 가정을 파탄 냈었는데, 이제는 강 대표가 자기 배다른 동생 약혼자를 꼬드겼대. 못하는 짓이 없어.”
“그래요?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지?”
갑자기 뒤에서 여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귓속말을 주고받던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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