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화
“양하 녀석은 사람을 데려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사람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하는 거야?”
하준이 비꼬며 웃었다. 한 발만 늦었어도 그 돼지 같은 녀석의 입술이 저 예쁜 얼굴에 닿았을 걸 생각하니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
여름은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당신 집안 행사잖아요. 그 사람이 이유 없이 그랬을 리 없어요. 누군가 시킨 거지.”
“그렇습니까? 누가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하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미 알고 있으나 말하지 않는 듯했다.
여름이 입술을 깨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모른 척하기는?
자기 약혼녀라고 감싸는 거야?’
“모르겠네요.”
곧 여름은 얼굴을 돌렸다.
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시니컬하게 웃으며 여름의 손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의 그림자가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방에 들어간 후 하준은 문을 쾅 닫더니 재킷과 넥타이를 풀어 바닥에 던졌다.
“내가 당신한테 잘못한 거 있습니까? 어째서 계속 사람을 화나게 만들지?”
하준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온통 분노로 가득한 눈이었다.
“양유진을 치워놨더니 이제 최양하입니까? 얌전히 좀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아니에요. 봉사활동을 간대서 왔지 이런 파티인 줄 몰랐어요. 지난번에 화신을 도와줘서 보답하려던 것뿐이에요.”
여름은 악에 받친 얼굴에 놀라 몸을 떨고 있었다. 순간 그날 겪은 악몽이 떠올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두 무릎을 땅에 꿇더니 하준의 손을 잡고 애걸했다.
“하지 말아요, 제발…. 저 무서워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여름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두 눈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했다.
순간 하준은 얼어붙었다.
여름을 보며 고통스럽게 주먹을 꽉 쥐었다.
여름이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쾌활하고 발랄하던 여름이 지금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대체 날 얼마나 무서워하는 거야?’
하준이 얼른 여름을 일으켜 세웠다.
“다시 내 앞에서 무릎 꿇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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