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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화

다들 입이 떡 벌어져서 아무 말 못하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최하준이다. 여색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최하준이 이곳에 등장한 것이다. “최… 최 회장, 어떻게 왔습니까?” “누가 이렇게 취하게 만들었어?” 하준이 유람선 위에 뻘쭘하게 서 있는 모든 남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돌아가며 노려보았다. 다들 벌벌 떨며 그저 송영식을 바라보며 눈으로 애원했다. “아까 은근히 우리더러 같이 하라고 했잖아.” “그랬지.” 송영식은 왼손을 들어 안심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하준의 곁으로 가서 거들먹거리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 “내가 너 대신 화풀이 좀 해줬다. 강여름이 뭔데 널 속이고 널 가지고 논거야? 이제는 여기까지 쫓아오고. 내가 네 체면 살려주려고 오늘 좀 밟아줬지.” 송영식이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하준의 주먹이 그대로 날아갔다. 송영식은 얼떨결에 얼굴을 맞고는 입술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흘렀다. “하준아….” 갑작스런 공격에 송영식은 영문을 몰라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하나 둘씩 꽁무니를 빼고 유람선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서울에서 최고가는 재벌가의 후계자 둘이 몸싸움이 붙었다. 이런 전무후무한 대박 사건에 감히 누가 끼어들 수 있겠는가. “아무도 못 나가!” 하준이 눈짓을 하자 경호원 몇 명이 유람선 입구를 막고 섰다. “하준아, 우리가 알고 그랬겠냐? 전혀 몰랐다고.” 한 사람이 두려움을 애써 누르고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하준이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유람선 안에 있는 얼굴들을 재빨리 스캔했다. 다들 잘 나가기로 소문난 재벌 2세들인데 하나같이 여자랑 놀기 좋아하는 놈들이었다. ‘내가 여기 도착하기 전에 저 놈들 저속한 눈빛으로 얼마나 본 거야! 설마 얼빠진 놈이 더러운 손으로 더듬은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준은 저들의 눈을 파버릴 수도 없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쟤들은 내가 불러서 온 거야.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송영식은 그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그들을 감싸며 말했다. 차가운 눈동자가 송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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