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네가 이해심이 많구나.”
서경주가 대견스럽다는 듯 말했다.
여름은 화가 나 죽을 것 같은 서유인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너무 우스웠다. 강여경이 자신에게 쓰던 내숭 수법을 자신이 쓰게 될 날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꽤 유용하잖아?’
“뒤늦게야 찾은 딸이라고 너무 미안해 하거나 제 편만 들고고 그러지 마세요. 유인이가 편하지 않으면 자매 관계에도 좋지 않을 거고 가족도 화목해질 수가 없잖아요. 제가 왔다고 이미 있는 가정을 흔들고 싶진 않아요.”
서경주는 이 말에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어리광 피우며 자란 유인과 달리 여름은 사람 마음을 잘 헤아렸다.
“가자, 네 방 보여주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뭐든 말하려무나.”
부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서유인은 약이 올라 죽을 것 같았다.
“완전 가증스럽네?”
위자영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별 볼 일 없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니 맘대로 주무를 수 있겠지 했었다.
‘제 어미 똑 닮았네. 만만하지 않겠어.”
그때 그 여자를 처치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딸을 지킬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됐다. 진정해. 엄마가 안 겪어본 사람이 있겠니? 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위자영이 서유인을 꽉 붙잡았다.
“오늘 최 회장네 파티 준비는 어떻게 됐니?”
파티 얘기에 서유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핑크색 드레스랑 목걸이 최고급으로 맞춰놨고 케이한테 방문 메이크업도 예약해 놨어요. 오늘 밤에 내 미모로 다 쓸어버려야지. 그 집 큰아들이 나보고 한눈에 반하게.”
위자영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봤는데 그 댁 어르신께서 집이 너무 썰렁하다고 돌려 말하는데 오늘 밤 사실은 큰 손주며느리감 찾으려는 것 같다더라. 서울에 내로라하는 집안에서 미혼인 아가씨들만 불렀다나 봐. 최 회장이 한동안 일 그만두고 여행 좀 갔다가 연말에 돌아왔대. 올해 결혼시킬 생각인가 보더라.”
“엄마, 저 그 사람 좋아요.”
서유인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내가 본 사람 중에 그 사람이 제일 잘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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