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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화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 하준은 여름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여름은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이제 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여름은 펜을 들어 서류에 사인했다. ‘강여름’이란 세 글자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사인했어요. 올라가 짐 싸고 지금 나갈게요.” 여름은 몸을 돌려 올라갔다. 하준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슬쩍 보았다. 핑크색 실내복에 폭포수 같은 머리칼이 어깨에 흩어져 내려 있었다. 여름이 떠난 자리에 삼나무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주먹에 힘을 더 줄수록 가슴 속 답답함이 좀 사그러드는 것 같았다. 한바탕 악다구니가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고분고분 사인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양유진에게 가고 싶었단 말이지.’ “하아….” 탄식하듯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이 여자 하나 없다고 죽기야 하겠는가? 30분 후, 여름이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을 때 거실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식탁 가득 차려놓았던 아침 식사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여름은 눈가에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떠났다. 백미러에 하준의 집이 점점 작아져 갔다. 여름은 조용히 읊조렸다. “안녕, 쭌쭌.” 여름에게 하나뿐인 집이었고 하준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이제, 여름은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 여름이 떠나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지훈의 차가 하준의 집에 나타났다. 지훈은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준은 테라스에 서 있었다. 시선은 도로 쪽을 향한 채, 손가락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옆에 놓인 재떨이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정말 서울로 돌아가려고?” 지훈이 매우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 “가지 마라, 인마. 너 없이 어떻게 사냐, 내가.” “내가 아쉬운 게 아니라 내가 로펌에 벌어다 주는 돈이 아쉬운 거겠지.” 하준이 담담히 담뱃재를 털었다. “…….” 지훈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로펌 수익이 수백억 늘긴 했지.” 하준은 손을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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