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조영호의 얼굴빛이 일순간 흐려졌다.
“내 능력이 의심되면 어디 재주껏 나를 쳐내보시던가.”
조영호가 여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럴만한 깜냥이 안 될걸? 대표이사 자리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는 못하지요. 조 이사는 회사 이윤 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 당연히 믿죠.”
여름이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의미로, 오늘 회의는 조 이사에게 맡기겠습니다.”
여름은 수행원들을 데리고 회의장을 나갔다.
조영호는 멀어져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자신에게는 피해가 오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름이 나가자마자 조영호의 아내가 갑자기 회의장으로 들이닥쳤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남편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갈겼다.
“조영호! 이 자식! 나 몰래 밖에서 바람을 피워?!!
네가 나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화신그룹에 들어올 수나 있었을 것 같아?!
이날 이때껏 뒷바라지 다 했더니 이제 마누라가 늙었다고 이렇게 배신을 때려? 네가 사람이냐? 너 나랑 오늘 죽자!”
“…….”
******
회의실에서의 파문은 삽시간에 회사 안팎으로 퍼졌다.
여름에게 보고를 하던 노선경이 박장대소했다.
“대표님께서 조 이사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요... 완전히 똥 됐습니다. 화가 나서 와이프를 한 대 쳤는데, 그걸 보고 류 이사가 학을 뗐습니다.”
“이제 이건 시작일 뿐이야.”
여름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훈 씨, 회사 계열사 중에 언론사가 있죠? 번거롭겠지만 화신그룹 조영호 이사가 바람 피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문제없어요. 제수씨가 나서기 어렵다면…”
이지훈이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싸한 느낌을 받았다. 최하준이 떨떠름한 얼굴로 다가와 있는 걸 보고는 난감해졌다.
“제수씨, 왜 하준이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요?”
“쭌이요? 그 사람은 이런 일 이해 못해요. 게다가 조영호는 아주 교활해서 우리 쭌을 귀찮게 할까 봐 걱정이 돼요.”
“…….”
이해 못한다고? 이런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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