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아니,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 매운 걸 못 먹거든요.”
“알지, 알지. 말 안 해도 내가 다 알지.”
윤서가 깔깔거리며 여름의 손등을 도닥였다.
친구까지 이렇게 놀리려 드니 여름은 울고 싶었다.
내내 조용히 있던 최하준이 눈을 들어 맞은 편에 앉은 여자를 훑어봤다.
오늘 여름은 핑크색 니트를 입고 나왔는데 네크라인까지는 우윳빛 피부였지만 목 위부터는 새빨갰다. 자그마한 귀도 끝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최하준의 눈에 알 수 없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고 얼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윤서는 어이없어 하더니 스마트 폰을 들고 친구랑 통화하는 시늉을 했다.
“월세 들어간다고? 그 아파트 괜찮은 것 같더라. 한 달에 15만 원이면 된대.”
이지훈이 말했다.
“15만원에 무슨 괜찮은 집을 구합니까? 왜요? 누가 집을 구합니까?”
윤서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여름이요. 어쩌겠어요? 집에서 쫓겨나서 갈 데도 없는데, 돈도 없어서 어젯밤에는 모텔에서 잤다니까요. 창문도 없고, 시트는 세탁도 안 했지, 위험하게스리 보안도 엉망이더라고요.”
여름은 가만히 차만 마셨다.
‘잘 한다, 내 친구. MSG 잔뜩 뿌려서 상황을 잘도 만들어내는구나.’
최하준이 거의 다른 사람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살짝 인상을 썼다.
이지훈이 원망하는 말투로 말을 건넸다.
“어쩌자고 이렇게 연약한 와이프를 그런 데 재웠어?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여름이 MSG를 더 했다.
“다 제 탓이에요. 지오에게 소시지를 먹여서 밤에 토했거든요. 쫓겨날 짓을 했어요. 아 참, 지오는 좀 어때요? 괘, 괜찮나요?”
이지훈이 웃었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지오는⋯.”
“안 좋습니다.”
최하준이 얼른 말끝을 잘랐다.
“말로는 백날 사과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이지훈의 표정이 미묘했다.
‘히야, 이 친구 너무 하네. 제수씨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곧 여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오가 좋아져서 최하준의 분노가 가라앉아 자기편을 들어준 줄 알았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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