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어디 갔었냐고 물었습니다.”
최하준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
“아주 대담하군요. 내가 하룻밤 자리 비운다고 그새 외박을 하다니 말입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잔뜩 독기가 올라 있었다. 여름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바짝 물러났다.
“설마 또 의심하는 거예요?”
최하준이 얼어붙더니 쌀쌀맞게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의심을 안 했으면 지금 당신이 온전히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겠습니까?”
여름은 고개를 떨궜다.
“어젯밤에 윤서랑 쇼핑하다가 늦어져서 뭘 좀 먹었어요. 그리고 노래방 갔는데 노래하다 지쳐서 소파에서 그대로 잤어요. 깨어난 뒤 바로 온 거구요.”
“다 사실입니까?”
최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미안할 짓 한 거 없어요, 뭐”
여름은 입을 삐죽이 내밀고 불쌍한 척을 했다.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이제 겨우 스물넷인데 쭌이랑 결혼한 뒤로 노래방 한 번 못 가지, 맛난 거 먹으러 나가지도 못하지, 맨날 퇴근하면 칼같이 집에 와 밥했잖아요. 이게 뭐야?”
최하준은 불쾌해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사는 게 재미없다고 나한테 불평하는 겁니까?”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여름은 재빨리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이 숨 쉴 틈은 좀 있어야죠. 지훈 씨한테 한 번 물어봐요, 내 말이 틀리나.”
“내가 왜 그 녀석한테 물어봐야 합니까? 이지훈이 당신을 그렇게 잘 압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분도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름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역시 우리 쭌 같은 사람을 만나야지. 생활 습관이 얼마나 반듯해요? 그냥 교과서 같잖아.”
“진심입니까?”
최하준이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흠잡을 데 없이 준수한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다가왔다.
최하준의 시선에 여름은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해 얼른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난 거짓말을 못 해요, 원래.”
“눈감아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최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름의 볼을 꼬집었다. 이 여자 앞에서는 자꾸만 마지노선이 무너져버리곤 했다.
여름은 얼얼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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