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8화
상혁은 둘을 데리고 그대로 회의실로 향했다.
여름은 FTT 회의실은 처음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안은 꽤 넓었다. 십여 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짙은 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옆에 선 비서가 차를 따르고 있었다.
여름은 그 사람을 흘끗 보고 맹원규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온라인으로 조사를 해보았는데 베테랑 경영자로 전에 해외에서 꽤 큰 기업의 CEO도 맡았었다.
실물을 보니 얼굴이 음험한 것이 얼마나 교활한 인간인지가 느껴졌다. 강여경이 FTT 관리를 맡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이사 아니신가?”
걸음 소리를 듣더니 맹원규가 하준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씩 웃기는 했지만 일어서지는 않았다. 여름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은 맹원규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맹원규가 자신에게 위세를 떨려고 그러는 것도 알아챘다.
여름은 웃으면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맹원규 앞에 툭 던졌다.
“최란 이사는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이사회에 참석하니 않으십니다. 서면으로 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
맹원규가 사인을 보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했다.
“최란 이사는 나이가 많으니 이해합니다.”
“쉰 남짓이 많은 나이던가요?”
여름이 맹원규를 흘끗 보았다.
“그쪽도 곧 쉰이 다 된 걸로 보이는데. 뭐 어디 불편한 거 있으면 우리에게 얘기 하세요. 나이가 많으니 이해할게요. 꼭 맹 회장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맹원규는 순식간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히려 여름을 압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뜻이 아닌데 오해하신 것 같군. 그리고 난 이제 겨우 마흔 하나요. 몸도 건강하고.그리고 남자랑 여자는 원래 몸이 다르니까, 뭐.”
“어머나 그러셨구나. 하도 나이 들어 보여서. 내가 잘못 봤나 보네요.”
여름이 생글생글 웃었다.
“확실히 다르긴 하죠. 매년 병으로 사망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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