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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7화

여름이 하준을 데리고 들어갔다. 하준은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여름이가 생긴 걸로 놀리면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늙은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집에 들어가자 여울은 더 이상 질투하지 않았다. 여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빠를 친구처럼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장난감 방 있다. 같이 가서 놀자.” 여울이 먼저 초대했다. 그 말을 들은 하준은 너무 가고 싶어서 여름의 눈치를 봤다. “그래, 가서 놀아. 난 샤워 좀 하고 옷 갈아입어야겠다.” 여름이 부드럽게 말했다. 며칠을 병원에서 보냈더니 온몸이 찌뿌드드했다. “알았어.” 하준은 살짝 실망했다. “가자. 엄마한테만 붙어있지 말고. 우리끼리 좀 놀자.” 여울이 하준을 데리고 장난감 방으로 갔다. 장난감 방은 매우 컸다. 온갖 인형에 레고가 가득했다. “우리 소꿉놀이하자.” 여울은 마침내 놀이 친구가 생겨서 신났다. 하늘과 할머니는 여울이와 소꿉놀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늘 혼자 놀려니 심심했던 것이다. 여울은 밥그릇이며 수저를 몽땅 꺼내왔다.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줄게…” 하준은 여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레고에 눈이 돌아갔다. “그건 하늘이 거야. 넌 만지면 안 돼.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성질부린다니까.” 여울이 소리쳤다. “그리고 그거 얼마나 어렵다고. 사람이 가지고 노는 게 아니야.” 하늘은 무표정하게 여울을 쳐다보았다. “난 사람이 아니냐?” 여울이 메롱을 해 보였다. “너도 이거 일주일째 못 맞추고 있잖아? 할머니가 이건 18살 넘어야 가지고 노는 거랬어! 그런데도 죽으라고 사달라더니 돈만 버렸지.” 하늘이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분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할 거거든. 내가 꼭 조립하고 만다. 야, 막 만지지 마!” 하준은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 진지하게 책상 위의 도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뭘 열심히 보는 척이야?” 여울이 한숨을 쉬었다. “옛날 아빠가 좋았는데. 똑똑하고. 이런 건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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