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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화

여름은 차마 하준에게 이 모든 일이 자기 친어머니가 벌인 일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우습지 않은가? 결국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안고 서경주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입을 떼자마자 울컥했다. 서경주는 울먹이는 여름의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냐? FTT 일로 걱정이 돼서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말거라. 이 에비의 물류 회사가 현금을 꽤 벌어들이고 있으니 앞으로는 네 식구 먹어 살리는 정도는 문제 없다.” “그런 게 아니에요…. 서경주의 말을 들은 여름은 더욱 마음이 괴로웠다. “엄마가…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나요?” 아까 본 그 정신 나간 사람이 자기 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서경주는 잠시 멍해졌다. 여름이 갑자기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 “당연하지. 네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데.” “혹시 예전에는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엄마의 마음 속에 저는 이미 그냥 귀찮기만 한 짐덩어리인 건 아닐까요?” 여름이 자조적으로 눈물 머금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체 왜 그러니?” 서경주는 심장이 욱신했다. “혹시… 네 엄마를 만난 게냐?” “네. 만났어요.” 여름은 퉁퉁 부은 뺨을 어루만졌다.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어요. 지금 봐도 서른 남짓밖에 안 되어 보이시더라고요. 부유한 재벌 남편과 아주 잘생긴 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날 보더니 다짜고짜 따귀를 올려붙이고 커피를 붓고…. 날 너무 미워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 남편 꼬드길 생각 말라며 나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얽히고 싶지도 않대요.” 서경주는 그 말을 듣고 굳어버렸다. 그동안 간신히 강신희도 재혼해서 자식까지 있을 것이라고 머리로 이해하는 중이었지만 실황을 듣고 나니 역시나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강신희가 여름에게 했다는 짓을 들으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슨 착각을 한 게 아니냐? 그럴 리가 있나?” 자신이 아는 강신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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