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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화

그 정도라면 누구라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소액주주들도 손에 쥔 돈이 만만치 않았을 거야.” 황보 이사가 죄책감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도 내 말 듣게. FTT는 그만두고, 어서 자네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도망쳐. 땡전 한 푼 없이 쫓겨나기 전에.” 황보 이사는 여기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준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더니 여름을 꼭 안았다. 한참 만에 하준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기야, 아이들 데리고 우리 식구랑 먼저 우리 아버지를 따라서 Y국으로 가 있어.” “당신은? 여름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난 이쪽 일을 해결하고 따라갈게.” 하준이 여름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쓰다듬었다. “아저씨 말이 맞아. 지금 우리 능력으로는 상대에게 대항할 수 없어. 상대는 이제 돈으로 우리를 눌러 죽이겠다는 뜻을 천명한 거야. 그러고 나서는 우리의 모든 퇴로를 끊어버리겠지. 그러니 일단 우리나라를 떠나. 우리 전에 다 얘기했었잖아?” 여름은 하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문득 말했다. “싫어.” “자기야….” 하준의 말투가 무거워졌다. 여름이 하준의 품에서 벗어났다.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당신 가족이랑 떠나고 나면 당신에게는 이제 걱정할 게 없어지지. 그러면 강여경 배후의 인물을 끌어내서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상대를 죽여버리려는 거잖아?” “아니야.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당신을 찾아갈 거야.” 하준이 저음으로 힘주어 말했다. “거짓말. 안 믿어. 세무 조사 정도면 당신이 얼마든지 버텼을지 몰라도 지금은 강여경이 당신 회사를 빼앗아 가려고 해. 하지만 FTT는 당신의 피와 땀이지. 그 오랜 세월 고생해가며 지켜온 회사를 강여경에게 바치게 생겼는데, 절대로 그런 꼴을 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당신은 남아서 FTT를 다 철저히 부숴버리고 지룡을 모아서 한 번에 싹 처리해 버리려는 거야.” 여름이 하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최하준, 난 당신을 잘 알아.” 하준은 기업가이기도 하지만 몽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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