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입 아프게 설득을 해야 하나 걱정했건만 여름은 주저하지 않고 앉아서 음식을 다 비웠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로봇처럼.
최하준은 정말로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다.
이제껏 살면서 다른 사람을 달래본 경험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과도 할 만큼 했다. 똑똑하고 사랑스럽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날 저녁 서재에서 최하준은 영상통화로 친구 몇 명을 초대했다.
이주혁이 욕실 가운을 입고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고 말했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웬일로 우리 생각이 다 나셨을까?”
송영식도 낮게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평소에 웬만하면 너한테 연락 안 하잖아. 네가 우리랑 연락하기 귀찮아 하는 거 같아서 말이지.”
지훈이 시원하게 웃었다.
“우리 하준이가 여성 분께 뭔가 많이 잘못한 모양이야? 얼마나 답답했으면 우리까지 호출했겠어?”
하준이 눈을 부라리며 이지훈을 보았다. 김상혁이 이미 싹 다 보고한 모양이다.
“내 생각엔 말이다, 이번 일은 완전히 네 잘못이라고 본다.”
이지훈이 말했다.
“돌아가신 할머님이 강여름 씨에게 끔찍했다던데. 강 회장 집안 사람들이 여름 씨를 나 몰라라 하는 마당에 사랑을 준 유일한 할머니까지 그렇게 되었으니, 여름 씨 속이 어떻겠냐?”
최하준이 침울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친구들 모두 복잡한 심정으로 최하준을 보았다. 최하준이 담배를 피운다는 건 정말 일이 안 풀릴 때라는 것을 오래된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주혁이 웃으며 물었다.
“우리가 도와줄게. 이성문제에 관한 거라면 나도 경험이 좀 있잖냐.”
이지훈이 대신 설명했다.
“우리 여름 씨가 할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하준이, 오해를 하고 남자랑 바람 피러 나간 줄 알았다지 뭐냐. 모욕이란 모욕은 다 주고.”
송영식이 ‘헉’ 소리를 냈다.
“야, 너 불 난 집에 부채질했구나?”
이주혁도 덧붙였다.
“좀 심했네.”
하준이 친구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알았으니까, 아이디어 좀 내 봐. 가족을 잃으면 어떻게 해야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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