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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화

하준은 차민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음험한 얼굴을 했다. “됐어. 이제 질투 그만!” 여름이 하준의 얼굴을 잡아 돌렸다. “유치하다, 유치해! 애랑 꼭 그러고 싸워야겠어?” “여자를 임신시킬 수도 있는 남자가 애야?” 하준은 조금도 질투를 감추지 않고 뱉었다. “날 또 속였어. 동성에서 쟤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말했을 때는 그러겠다더니, 바로 뒤돌아서 거짓말하고 둘이서 몰래 훠궈나 먹고 말이야.” “몰래 먹지 않았는데? 대놓고 먹었지.” 여름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쇼핑하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처음 서울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대서….” “아는 사람도 없고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기는?” 하준이 비꼬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인류애가 넘쳐나셨나? 애가 잘생겨서 그래?”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여름은 고개를 숙였다. “그냥 쟤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친근감이 든다고. 전에 알았던 사람인 것처럼….” 그러더니 하준이 화낼까 싶어서 얼른 덧붙였다. “어쨌든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그냥 동생 같아서 그래. 내가 사랑하는 건 자기지.” “사랑한다고?” 하준이 걸음을 멈추더니 여름을 빤히 바라보았다. “믿을 수 있게 증명해 봐.” “적당히 하지 그래?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데,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당신이랑 재결합을 하겠어?”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난리를 치니 여름은 살짝 화가 나서 하준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나랑 재결합한 건 반은 애들 때문이잖아?” 하준이 따라와 여름을 잡으며 질투심에 타올라 물었다. “애들이 아니면 나랑 재결합도 안 했을 거잖아.” 여름은 흠칫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쨌거나 하준이 주었던 상처는 씻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소영의 죽음은 여름에게 내내 큰 죄책감을 안겨주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여름은 하준과 재결합했다. 양심을 져버리고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뭐, 말 안 해도 돼. 다 아니까.” 하준이 여름을 감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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