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이서현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
“왜 안 받아? 마침 뭘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지 들어나 보지 뭐.”
이서현이 말하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
허스키한 김도하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내려와. 아래층에 있어.”
이서현이 멍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김도하가 차분히 숨을 내쉬며 답했다.
“서 비서한테 이 아파트에 집 한 채 사라고 했어.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던데?”
이서현의 말문이 막혔다.
‘돈이 있으니 제멋대로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내려와.”
김도하는 짜증 내며 손에 쥔 담배를 비벼 끄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차갑게 말했다.
이서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내가 왜요?”
김도하가 낮은 웃음과 함께 얼굴도 붉히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할아버지께서 전달하라고 한 일이 있으니 내려와.”
김도하가 김상철을 꺼내 들자 이서현을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곧 내려갈게요.”
말이 끝나자 통화는 바로 끊겼다.
김도하가 통화를 끊은 것이었다.
이서현이 고개를 돌려 안윤아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있으신가 봐. 내려갔다 올게.”
말을 마친 이서현이 현관에서 외투를 하나 꺼내 걸치고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9월의 경성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 좀 추웠다.
트렌치코트를 걸쳤는데도 이서현은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옷을 꼭 여몄다.
공기 중에 짙은 담배 냄새가 퍼졌다.
김도하의 발밑에는 수없이 많은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아직도 담배가 끼어 있었고 불빛이 꺼지는 사이 이서현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며칠 못 본 사이, 김도하의 얼굴은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수염을 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손질하지 않은 건지 지저분해 보였다.
눈 밑의 검푸른 다크서클은 유난히 심해 보였는데 며칠 동안 눈을 붙이지 못한 것 같았다.
이서현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코를 막고 희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는 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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