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장아라는 그의 말투에 놀랐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모, 모르겠는데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했다고요. 이준 오빠, 제 문제가 아니라 누가 중간에서 훼방을 놓아서 갑자기 무산된 것 같은데요?” 장아라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시연 언니가 따낸 배역이잖아요. 설마 오빠를 망치려고 드림 제작사에 연락해서 무산시킨 거 아닐까요?” 이 말에 강이준의 얼굴은 더욱더 일그러졌다. 조금만 더 빨리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쩌면 이시연이 한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녀의 짓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이준은 화가 나긴 했지만,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장아라를 쳐다보았다. 장아라 역시 왜 그가 화내지 않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지 몰랐다. 마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이 예리한 눈빛이었다. 당황하기 시작한 장아라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 “이준 오빠, 그냥 제 생각일 뿐이에요. 시연 언니가 오빠를 사랑한다면 그런 짓은 안 했겠죠...” 강이준은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아라가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을 이어갔다. “시연 언니가 싫어하는 사람은 저잖아요. 설마 제가 오빠 비서를 맡게 되었다고 화가 나서 그런거 아닐까요? 제가 한 짓이라고 오해하게 만들고, 오빠가 저를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까요?” 예전대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시연을 더욱 싫어했을 텐데 강이준의 얼굴에는 그런 싫증도 없이 차갑기만 했다. 강이준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너는 늘 내가 시연이를 미워하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은데?” 심장이 쿵 내려앉은 장아라는 하마터면 당황한 티를 낼뻔했다. “오빠,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냥 제 생각일 뿐이라고 했잖아요.” 장아라는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바로 드림 제작사에 연락해 볼게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강이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참동안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