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육성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참 후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기억이 안 나. 다음엔 김 비서한테 방까지 옮겨놓으라고 해. 괜히 네가 다치면 안 되니까.”
“그리고 지난번에 돌아왔을 때도 술 취해 있었잖아요. 소파에서 자고 있었는데 삼촌이 갑자기 날 불러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알아요?”
그녀는 또 떠보듯 물었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꼭 삐진 고양이 같았다.
육성재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요즘 술자리가 많아서 그래. 앞으론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을 거야.”
이시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육성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마시지 마세요. 다음에 또 나한테 술 마신 거 걸리면 바로 할머니한테 일러바칠 거예요! 할머니한테 혼나게 말이에요!”
이시연은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꼭 어린아이를 혼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육성재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 외엔 평소와 같아 확실히 그는 어젯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바닥이 차니까 자꾸 맨발로 다니지 마.”
육성재는 말을 하면서 몸을 구부렸다.
그는 옆에 있던 슬리퍼를 가져와 커다란 손으로 하얀 그녀의 발에 신겨 주었다.
피부가 닿은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피할 뻔했다.
어젯밤의 기억이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밖에서 엄청난 일을 한 두 손으로 그는 지금 그녀에게 슬리퍼를 신겨 주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육성재는 일어나며 말했다.
“배고프지? 얼른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그는 자연스럽게 소매를 걷어 올리고 시선을 반쯤 내리깔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꼭 어젯밤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모습 같았다.
이시연은 더 이상 그를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기다리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주방에서 부단히 움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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