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장
이시연은 조연 배우의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예은 씨요. 주예은.”
“그 사람은 시연 씨가 담당한 배우이자 주찬우 씨 동생 아니에요?”
전지유는 다소 놀라며 드물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좀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서류를 들고 있는 이시연의 손이 눈에 띄게 조여졌다.
창밖에는 폭염이 높은 빌딩 사이를 휩쓸고 나뭇잎이 이따금 흔들리며 행인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할 그늘을 찾아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은 시원했고, 전지유는 통유리창을 등지고 앉은 이시연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긴장된 마음으로 그 말을 내뱉자 이시연이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
“공정하게 진행한다고 했으면 그 사람한테도 공정해야죠.”
전지유는 순간 말로 표현 못 할 심정이 들었다. 그녀가 할 법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말에 아주 잠깐 당황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훌륭한 집안에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부모님이 감싸주시는 자신과 달리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집안을 믿고 오랜 세월 무모한 짓을 해왔고, 불의를 보면 두려움 없이 입을 열어 질책할 수 있었지만 이시연은 어떨까?
그녀는 무엇에 의존하여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호랑이 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곳으로 향하는 패기.
전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깜빡이며 동요하는 눈동자를 감춘 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평소 해바라기처럼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요. 어차피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이틀간의 휴가가 금방 지나고 연기 연습도 오렌 엔터 연습실에서 진행되었다.
남녀 주인공은 물론 주예은과 임지성, 미리 정한 다른 출연진들도 함께 이곳으로 왔다.
아침을 챙겨 먹고 온 이시연은 때마침 주찬우가 주예은을 데려다주는 것을 봤고 그녀를 발견한 두 사람은 서로 닮은 미소를 지었다.
이젠 주예은의 수줍음이 타국에 와서 친구가 없어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찬우 씨, 이렇게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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