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장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몇 마디 훈육이나 충동적이었다고 한 소리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육성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시연은 그의 맞은편에 얌전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저도 모르게 저쪽을 힐끔거렸다.
노트북으로 집중하며 일하는 남자의 눈빛은 맑고 차가웠다.
이시연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고 생각해 아직도 씻고 나오지 않은 육서진을 속으로 원망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5분 지났다.
할 일 있는 척 방에 돌아갈까.
막 움직이려는 순간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가 귀 끝을 스치며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꼿꼿하게 있으면 안 힘들어?”
“네?”
멍하니 고개를 든 그녀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육성재의 말뜻을 겨우 알아차렸다.
“아, 괜찮아요.”
이시연은 손으로 허리 뒤쪽을 문질렀다.
“요즘 회사 일 바쁘지 않아요?”
사실 그녀는 이 시간에 육성재가 집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 정장을 입지 않은 그는 심플한 검은색 반팔에 캐주얼한 바지도 검은색이었고 한겨울 눈처럼 차가워 보이는 대신 오히려 봄 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서늘하지만 나른해 보이면서도 어렴풋이 단단하게 얼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시연은 조각하듯 흠잡을 데 없이 정성껏 그를 빚어낸 하늘의 총애에 감탄했다.
그는 천천히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빈 컵을 가져와 이시연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녀 앞으로 물을 내밀자 이시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마디가 분명한 남자의 예쁜 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목마르지 않아요.”
그녀는 물을 즐겨 마시지 않았고 육성재는 그 말에 다시 돌아서서 선반 위에 꿀이 든 병을 꺼내 이시연의 컵에 한 숟가락 떠 넣고는 컵을 다시 내밀었다.
“달콤한 거야.”
살짝 애정이 담겨 있는 남자의 목소리는 산들바람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에 이시연은 심장이 구름 위로 툭 떨어졌다가 이내 격하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가슴에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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