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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녕이제 안녕
By: Webfic

제3장

민준이가 쓰러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도 마치 마른 잎처럼 도수영의 발 옆에 살며시 떨어졌다. 도수영은 그 종이에 아기, 엄마, 그리고... 아빠까지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민준이는 항상 아빠를 원했지만 엄마가 슬퍼할까 봐 계속 부인했을 뿐이다. 아빠 옆에는 몇 글자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나의 히어로.’ 도수영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민준이의 마음속 히어로 유현진은 민준이를 하찮게 생각하며 ‘더러운 아이’라고 한다. 얼마나 우습고 슬픈가! 촘촘히 느껴지는 아픔이 도수영의 가슴을 또 한 번 휩쓸었고, 그녀는 민준이를 꼭 껴안은 채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다. “민준아, 미안해, 미안해!” 그녀는 조금도 지체할 겨를이 없이 민준이를 꼭 안고 낡은 승합차에 태운 채 병원에 데려가 수혈하려 했다. 민준은 지중해성 빈혈이 심해서 수술을 해도 다섯 살도 못 살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겨울까지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겨우 세 살 반밖에 안 된 민준이는 착하고 일찍 철이 들었다. 아이의 아름다운 생명이 이 차가운 겨울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민준아, 조금만 참아, 엄마가 널 절대 위험하게 하지 않을 거야!” 병원 앞 길목, 다홍색 스포츠카 한 대가 갑자기 모퉁이를 돌면서 도수영의 승합차에 심하게 부딪혔다. “도수영!” 도수영이 핸들을 세게 꺾었지만 그 스포츠카는 여전히 그녀의 차에 부딪혔다. 하늘 땅이 무너지는 찰나, 그녀는 임연아의 그 흉악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민준아!” 그녀는 몸에서 피가 흐르는 것조차 생생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긴장했지만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몸이 피투성이인 민준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민준이는 응급실로 실려 갔고, 응급실 밖에 켜진 불을 보며 도수영은 전에 없는 당황함을 느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민준이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다급한 발소리가 뒤에서 울리더니 도수영이 정신을 차리기 도전에 유현진이 달려와 그녀를 벽에 밀쳤다. “현진 씨...” 도수영의 의식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녀도 피를 많이 흘렸기에 조그마한 얼굴이 비참할 정도로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도수영을 본 유현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방금 임연아가 한 말을 떠올라 마음속에는 뼛속까지 차가운 쌀쌀함만 남았다. “도수영, 누가 너더러 일부러 연아를 치라고 했어? 연아는 임신했어. 너 목숨 두 개를 한꺼번에 앗아갈 생각이야?” ‘임연아가 임신했다고?’ 도수영은 가슴이 너무 아파 갑자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순간 그녀는 자신의 열여덟 번째 생일 날 그가 청혼할 때 한 말이 떠올랐다. “수영아, 이번 생에 난 너만 있으면 돼. 몸이든 마음이든 평생 다 너에게만 줄 거야! 수영아, 넌 내 인생에서 유일한 사람이야.” 이런 맹세를 한 그가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다고 한다... 도수영의 손끝이 떨렸고 활기차게 뛰는 심장은 한순간 늙어버린 것 같았다. ‘현진 씨, 난 이제는 당신 인생의 유일한 사람이 아닌 거야?’ “말해!” 유현진은 사납게 도수영의 목을 졸랐다. “도수영, 연아가 너의 친동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를 20년 넘게 언니라고 불렀잖아. 그런데 넌 왜 이렇게 연아를 해치려 하는 거야!” “현진 씨, 나 아니야, 임연아가 일부러 차를 몰고 나와 민준이를 쳤어. 나랑 민준이를 죽이려 했다고...” “도수영, 넌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연아가 왜 자신과 배 속의 아이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겠어? 너랑 그 더러운 아이를 쳤다고? 도수영, 방금 의사가 그러는데 연아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지킬 수 없대!” 유현진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비록 그는 이 아이를 기대한 적이 없지만, 도수영의 악행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넌 내 아이를 두 명이나 죽였어. 나한테 목숨을 두 명이나 빚진 거라고. 도수영, 넌 죽어 마땅해!” “현진 씨,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야, 현진 씨...” 그때 의사가 급히 달려왔다. “유현진 씨, 임연아 씨와 도민준 씨 모두 RH-혈액형입니다. 두 사람 모두 급히 수혈해야 하는데 혈액은행에 남은 RH-혈액은 한 사람에게만 수혈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연아에게 수혈해요!” 유현진의 시선이 얼음 칼날처럼 도수영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 더러운 아이는 일찍 죽어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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