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임연아가 들어올 때쯤 도수영은 이미 힘든 고초를 겪은 후였다.
살가죽이 터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려져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임연아는 도수영의 참상에 아주 만족해하며 승자의 자태로 물었다.
수영아, 현진 오빠가 혼내주라고 한 건데 ,어떻게 마음 드니?
그녀의 말을 들은 도수영은 상처 난 가슴에 다시 한번 소금을 뿌린 것만 같았다
이 상처는 다름 아닌 유현진이 준 것이다!
‘잘됐네!’
도수영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임연아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냉소를 지으며 도수영한테로 다가가 몸을 낮추며 말했다.
“현진 오빠가 그랬거든. 힘들게 하는 정도만으로는 안 된다고!”
그러던 임연아는 옆에 있던 경호원의 손에서 칼을 건네받았다.
번쩍거리는 스위스 군용 칼날을 본 도수영은 진정하려고 했지만 두려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연아야 너 뭐 하는 짓이야?”
“수영아 질문이 틀렸잖아 현진 오빠가 어떻게 하라고 했나 물어야지! 오빠가 그랬거든 너 손모가지 잘라버리라고!”
임연아는 앙심을 품은 표정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던 도수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
“못 믿어, 현진 씨가 그럴 리 없어!”
“못 믿겠다고?”
임연아는 손에 든 칼날를 흔들어대더니 웃음기를 싹 거두며 되물었다.
“현진 씨가 그랬거든, 네 이 손은 더럽고 피가 묻은 손이라서 잘라야 한다고!”
“꽉 붙들어! 내가 오빠 대신 그 손모가지 잘라 줄 테니까!”
그녀는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이거 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악했지만 전문 훈련을 받은 경호원에게 상대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바닥에 눌리어 꼼짝 못 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살인자는 임연아야! 내 할머니 죽이고 임 사모님도 죽이려 하고, 죽을 년은 임연아인데 왜 내 손목을 자르겠다는 거야?”
“왜냐면 말이지...”
“현진 오빠가 사랑하는 여자는 나 임연아니까!”
그러던 임연아는 온몸에 힘을 모아 손에 든 칼을 도수영의 손목을 향해 내리쳤다.
“턱!”
날카로운 칼끝이 도수영의 손목에 닿을 찰나에 유현진이 발로 한 방에 날려버렸다.
“현진 오빠?”
임연아는 유현진이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한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임연아의 연기는 알아줘야 했다. 잠깐의 진정을 취한 뒤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현진 오빠,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엄마가 식물인간으로 다시는 못 깨어나실 걸 생각하니 너무 속상해서 나 자신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에요.”
“연아야, 무슨 그런 말을. 내 손 더워질까 봐 대신 한 거잖아”
유현진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우며 차갑게 말했다.
“이년의 손목은 내가 직접 자른다!”
도수영은 불처럼 달아오르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았다.
유현진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은 어느덧 눈물에 가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교복을 손질해 주다가 실수로 바늘에 손이 찔리던 달콤하던 때가 떠올랐다.
유현진은 바늘에 찔린 그녀의 손가락을 빨아주며 안타까워 화를 내며 바늘 꾸러미를 내동댕이치더니 으름장을 놓았다.
“다시는 바느질하지 마!”
도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현진 씨 호들갑은, 나 괜찮아.”
하지만 유현진은 정색해서 말했다.
”누구든 당신 다치게 해봐 가만히 안 둘 거야!”
꿀단지에 빠져 살던 그녀는 이제 주변에 적만 남았다.
그리고 그녀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은 유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