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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주다혜와 계약을 확정한 뒤 나는 그래도 이엘 그룹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적합한 남자 배우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남자 배우를 찾는 것 외에도 나는 김현호를 만나고 싶었다. 나는 김현오에게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임다은이 왜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분명 김현호와 쭉 잘 지내왔고 그날도 김현호와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임다은의 반응이 그렇게 큰 것을 보면 분명 김현호가 나에게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배 대표님.” 전에 경비원은 나를 무시했었지만 임다은이 나를 직접 데리고 나갔었기에 이번에는 눈치를 보며 나를 맞이했다. 나는 바로 회사 건물로 들어가 데스크에서 스튜디오 위치가 어딘지 물었다. “현호 씨 날 이렇게 괴롭히니까 재밌어요?” 이때 들려오는 주다혜의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려 벽에 붙어 섰다. 나도 엿듣는 것이 신사답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 주다혜와 김현호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내가 다혜 씨를 괴롭혔다고요? 다혜 씨가 날 계속 싫어한 건 아니고요?” 주다혜는 차가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맞아요. 나 현호 씨 싫어해요. 오늘도 이 스튜디오 내가 쓰려고 했는데 왜 굳이 와서 뺏는 거예요? 내가 임 대표님한테 가서 고자질이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김현호도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주다혜 씨 같은 신인 배우가 감히 나와 스튜디오를 놓고 싸우겠다고요? 그럼 어디 해 봐요. 다은 누나가 누구 편에 서는지 한 번 보자고요.” 주다혜는 김현호의 말에 기가 죽은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현호 씨는 그저 임 대표님이 현호 씨 얼굴을 좋아한다는 걸 믿고 이렇게 설치는 거 아니에요? 임 대표님이 없었다면 현호 씨한테 오늘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자기 신분을 잊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서 현호 씨는 그냥 얼굴 믿고 여자 돈에 기대 사는 남자일 뿐이잖아요. 현호 씨 팬들은 그것도 모르고 현호 씨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걸 보면 내가 다 현호 씨 대신 부끄럽네요.” 김현호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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