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승호 형, 다은이 누나 배가 아프대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형이 대신 가주면 안 돼요? 지금은 명의상 형이 남편이니 아직 형이 필요해요.”
동이 튼 지 얼마되지 않아 김현호가 내 방문을 세게 두드렸다.
김현호의 말을 듣고 난 냉소를 터뜨렸다. 아무렇지 않던 배가 갑자기 또 아플 리가 없었다.
꼬물이를 임신했을 때도 아프지 않던 배가 병원을 다녀온 지 얼마되지 않아 또 아프다니. 또 생각 없이 관계를 맺은 게 분명했다.
난 임다은이 대체 왜 이렇게 막무가내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제 몸을 이렇게 아끼지 않는 걸까?
김현호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왜 뱃속 아기를 위해서라도 참지 못하는 걸까? 욕정이라는 게 그렇게 견디기 힘든 건가?
난 외투를 걸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문을 열었다. 다급해 보이는 김현호와 멀지 않은 방안의 임다은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과거의 나였다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에 마음 아파하며 내가 아픈 것보다 더 다급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남은 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배승호, 대체 뭘 꾸물거려? 아기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널 죽여버릴 거야!”
임다은은 고통을 참으며 날 노려보았다. 예전처럼 다급해하지 않는 날 보며 또 화가 난 모양이었다.
난 집사를 시켜 차를 가져오라고 했고 김현호에게 물었다.
“다은이 신분증은?”
김현호가 임다은을 부축하며 말했다.
“다 준비해 뒀으니, 형만 떠나면 돼요!”
정말 친절하기도 하셔라.
병원에 도착하고 임다은은 응급실로 실려 갔다. 김현호는 날 노려보며 욕을 퍼부었다.
“우리가 방문 밖에서 10분은 넘게 기다린 거 알아요? 형은 일부러 시간을 늘려 나와 누나 아이를 해치려고 한 거잖아요.”
“허허, 그럼 너희 둘이 병원에 가지 그랬어? 네 아이인데 내가 급해할 필요가 뭐 있다고.”
김현호의 도발에 난 점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충분히 파악을 마쳤다. 김현호는 내 몸이 허약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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