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그래서 더 애매한 거라고
수지가 박서진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도준 씨, 조금만 참아요.”
그러자 수지는 손을 들어 박서진의 따귀를 때리려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박서진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아 제지했다.
“흥분하지 마요.”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할머니를 생각하세요. 아직 아줌마 손안에 계시잖아요.”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더니 끝내 박서진을 때리려던 충동을 억눌렀다.
“그럼 이 손 좀 놔주세요.”
박서진은 천천히 손을 풀었지만 여전히 허공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듯한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
“내가 만진 것도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에요?”
고개를 숙여 보니 확실히 그의 손은 옷에만 닿아 있을 뿐이었다.
‘분명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졌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긴장해서 착각했나?’
“지금... 뭐 하는 건가?”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가 사람을 못 찾고 뒤돌아선 남해준의 눈앞에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어쩐지 이해할 만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박서진은 수지의 허리에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그는 남장을 한 수지보다 훨씬 큰 키를 가지고 있었고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남해준의 시선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멈췄다. 그 눈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많은 것을 말하는 듯했다.
어색하고 불편한 나머지 수지는 팔을 문질렀다.
박서진이 괜히 돌발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더니 심지어 그녀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수지는 그를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강한 용도 한 지역의 뱀을 건드릴 수 없다는 말처럼, 성수 남씨 가문은 신비롭고 조용하지만 그 힘은 절대적이었다.
수지의 자신의 주 무대는 성수가 아니었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단지 추설희의 손에서 유정숙을 무사히 데려오길 바랄 뿐이었다.
만약 추설희가 끝까지 유정숙 이용해 수지를 위협하려 한다면 그녀는 필요할 때 박서진의 도움을 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박선재의 목숨을 구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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