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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메스를 잡을 수 없었다

박서준의 싸늘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가려던 하윤아는 결국 얼굴이 창백해진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박서진은 단순히 그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 정도가 혐오에 가까웠다. 그녀가 처음 말을 걸었을 때 그의 표정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윤아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수지의 남자친구라는 게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잠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하윤아는 결국 뒤돌아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박이경은 이미 곳곳을 뒤지고 있었고 김은경과 하동국은 입에 수건이 물린 채 손발이 묶여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집사와 안미진 역시 마찬가지로 밧줄에 묶여 구석에 내던져져 있었다. 한편 박이경은 당당하게 소파에 앉아 하동국과 김은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이렇게 묶은 짓은 박이경이 한 게 틀림없었다. 이전까지는 이들이 성수 박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몰랐던 하윤아는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화는 나도 쉽게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서진 씨가 사람을 찾으려는 거라면 굳이 우리 부모님을 이렇게 묶어야 했어요?” 하윤아는 가까이 다가가며 박이경에게 따지듯 말했다. “정말 수준 낮네요. 이게 성수 박씨 가문의 품격인가요?” 박이경은 그녀의 말에 조금의 예의도 없이 받아쳤다. “수준? 그런 건 사람 대할 때만 필요한 거죠. 짐승한테는 그런 거 안 씁니다.” “대단하네요. 금수저는 진짜 다르네요. 듣기만 해도 겁나서 벌벌 떨겠어요. 어머, 무서워라.” “너!” 하윤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이경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 너! 뭐? 얼굴은 솥뚜껑만 하고 허리는 물통만 한 너? 어머, 미인도 이런 미인이 없네? 못생긴 남자가 너 보면 울고 못생긴 여자가 너 보면 자격지심 느끼겠어. 세상에 너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또 있을까?” 하윤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곧 분노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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