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진실, 하윤아와 김은경의 굴욕 1
박씨 가문 보드가드들이 길을 비켜주자 수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검은색 바람막이와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머리는 대충 묶어 올렸고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조막만 한 얼굴은 투명하고 맑았으며 껍질을 벗긴 달걀처럼 하얗고 고운 피부가 돋보였다.
수지의 피부와 외모는 하윤아가 처음 봤을 때부터 질투심을 극도로 자극할 만큼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하윤아는 만약 자신이 어릴 때 하씨 가문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수지처럼 자랐을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 모두의 시선이 수지를 향하고 그녀가 무심하게 걸어오는 모습에 하윤아는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순간 그녀의 온몸에 피가 끓어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수지를 모든 사람들 앞에서 망신시켜야 해. 그리고 저 잘생기고 우아한 남자한테 수지가 얼마나 악랄하고 경박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
어쨌든 수지는 한때 강현우와 혼약이 있었고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가까이 지냈는데 둘이 어떤 짓을 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소문이란 것은 원래 많이 퍼뜨리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법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호기심과 가십거리가 충족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니까.
수지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하윤아는 갑자기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수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선은 박서진을 향한 채 외쳤다.
“여러분, 잘 보세요! 저 여자는 수지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하씨 가문에서 저를 사칭하며 자라왔어요. 제 자리를 빼앗고 하씨 가문의 금지옥엽 딸로 20년 동안 호의호식을 누렸죠!”
하윤아는 병원 안 어디에서도 못 들을 사람이 없게 하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 부모님은 저를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애를 쓰셨고 결국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저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하지만 수지는 그것이 못마땅했죠. 제가 돌아와 수지의 부모님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애초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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