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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고요한 밤. 욕실에서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몸이 따뜻한 물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욕조 속의 여자는 너무 지쳐서 손도 움직일 수 없었고 그저 욕조 곁의 남자한테 몸을 맡기고 앉아 있었다. 흐릿하게 눈을 뜬 송민지는 뼈가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은색 반지를 낀 손이 깨끗한 수건을 들고 그녀의 팔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 수건이 상처에 닿자 송민지는 아파서 깨어났다.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낀 그녀가 말했다. “오빠... 아파요.” 배민훈은 몸을 닦아주다가 그대로 굳었다. 그러더니 더욱 가볍게 몸을 닦아주었다.“기억력도 안 좋은 애가. 앞으로 이렇게 돌아다니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송민지는 정말 피곤해서, 귀에 들리지 않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눈을 감으면 바로 잠들었다. 이틀 동안 도망다니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매일 밤 혼돈스러웠다. 홍수경은 의료기기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멈춰 섰다.‘이게 무슨 일이야...’이윽고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도련님, 남녀가 유별한데, 제게 맡겨주세요. 그래도 이시아 아가씨랑 약혼하셨는데 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좋지 않습니다.” 배민훈은 위협하는 시선으로 홍수경을 쳐다보았다.“네 입만 무거우면 다른 사람은 모를 거야.” 홍수경은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가서 섰다.“네. 도련님.” 송민지를 도와 샤워를 마친 후, 배민훈은 욕조에서 그녀를 안아 올려 샤워 가운을 입히고 화장대 앞에 앉혀 머리도 말려주었다. “물건은 내려놔. 그리고 나가.” 홍수경은 입술을 말고 얘기했다.“네.”상처를 처치하는 약을 내려놓고 문 앞까지 걸어간 홍수경은 다시 안의 사람을 쳐다보았다. 홍수경의 눈에는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 송민지는 귓가에 들리는 헤어드라이어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얼마나 지났을까. 배민훈은 그녀를 안고 푹신한 침대로 갔다. 배민훈은 소독약으로 그녀 온몸에 있는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송민지는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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