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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고서원은 입원 절차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 이시아가 병원에 왔던 사실을 배민훈에게 말했다. "시아 씨 왔었어요. 시아 씨가 여전히 민지 아가씨 일로 자책하고 있어요." 배민훈은 병실 침대에 앉아 있었고, 옆에 있던 간호사는 천천히 바늘을 꽂았다. 그는 요즘 민지의 일에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병원에 오는 것도 드문 일이다. 잔머리가 이마 앞으로 늘어져 깊고 캄캄한 눈매를 가렸다. 날카롭고 차가웠던 눈매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녀가 열두 살 되던 해, 배민훈은 당시 범인을 조사하러 가야 해서 그녀를 집에 혼자 둘 수밖에 없었고, 계획보다 며칠 늦게 돌아왔다. 배민훈은 그제야 그녀가 길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민주는 어릴 때부터 길치라서 문을 나서면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렸다. 배민훈이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유기견과 서로 음식을 쟁탈하고 있었고, 쓰레기통의 음식물을 뒤지고 있었다. 심지어 한 쪽 신발도 잃어버려서 발에도 상처와 피로 가득했다. 그 이후로 그는 그녀를 다시는 집에 혼자 두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가 천천히 자라면서 기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매번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모든 길을 기록했다. 절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배민훈은 이번에도 그녀를 잃어버렸다. 간호사가 병실을 나가자, 배민훈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어?" 고서원은 침대 옆에 서서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멈칫했다. "아직이요, 하지만… 곧 찾을 것 같아요. 누군가 민주 아가씨가 남사만 앞을 지나가는 걸 봤다고 해서 경찰이 이미 그 경로를 따라 찾고 있어요. 3일 안에 민지 아가씨 소식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대표님도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 민지 아가씨가 돌아오면 대표님의 이런 모습을 보고 걱정하지 않게 말이에요." 걱정?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를 찾아오지 않지도 않았을 것이다. 밖에서 떠돌지언정 집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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