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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주익현이 대답했다. "응, 받아줄게." 주익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 한 마디 말로 송민지는 모든 것이 가치있게 느껴졌다. 주익현이 밖으로 나가고 이불 위에는 여러 가지 간식들이 놓였다. 과자 부스러기가 침대에 떨어진다고 해도 주익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민지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송민지는 문을 바라보았다. 등 뒤에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긴 치마를 입은 평범한 모습의 하율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율? 네가 왜 주익현 집에 있어?" 하율은 미소 지으며 송민지 앞에 앉았다. "얼마 전에 우리 집 리모델링을 해야 해서 이사를 왔는데 마침 익현이 옆집이었어." "이사 온 지 한참 됐어. 난 밥 먹으러 왔어. 너는? 집에 무슨 일 있어?" 전생에 하율이 주익현의 아내였던 사실을 떠올린 송민지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심지어 뭔가 켕기는 느낌에 똑바로 하율을 바라볼 수 없었고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송민지는 어떻게 얼렁뚱땅 넘어갈지 몰라 아예 입을 다물었다. 하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 안 해도 돼. 내려와서 밥 먹으러 가자. 식사 준비 다 끝났어. 군것질을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는데 계속 먹을 거야? 안 먹으면 내가 치울게. 과자봉지를 꽉 묶어두지 않으면 눅눅해져." "치워도 돼." "알았어." 하율은 능숙하게 간식의 봉지 입구를 끈으로 묶더니 나무로 된 상자 안에 넣었다. 자신의 집인 것처럼 익숙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처음 주익현의 방에 온 것이 아닌 듯했으며 뭐든 잘 알고 있었다. "넌 처음 와?" 송민지는 침묵했다. 하율은 주인 행세를 하며 일회용 컵을 꺼내더니 빨간색 보온병을 들고 와 송민지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었다. "우리 같은 학교 친구잖아. 너도 익현이한테 예의 차리지 말고 네 집이라고 생각해." "잠깐 방에 앉아 있어. 난 익현이 도와주러 갈게. 요리 다 됐는지 보고 같이 밥 먹자." 하율이 떠나고 송민지는 혼자 방에 남게 되었다. 말속에 다른 뜻이 담긴 듯한 하율의 말들을 송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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