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장
굳게 닫힌 방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민훈, 난 당신처럼 간사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처음 봤어! 배씨 가문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굽신거리는 거야! 당신은 이 사회의 해충 같은 사람이라고.”
“주익현이 뭘 잘못했다고 가둔 거죠? 만약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러세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송민지는 심장이 더 세차게 뛰었다.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몇 분 후, 의자가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배민훈 뒤로 고서원이 따라 나왔다.
취조실에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송민지는 주익현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취조실에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20분 동안 송민지는 주익현이 배민훈한테 협박당했을 것이라고 여겼다.
배민훈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걸어왔다. 복도에 서 있던 송민지를 발견하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민훈 뒤에 따라 나온 경찰들은 마스크를 끼고 있던 송민지를 쳐다보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눈망울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원피스를 입은 송민지가 나타나자 얼음장처럼 차갑던 배민훈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바뀌었다. 주위의 사람들도 눈치챌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배민훈이 송민지 앞으로 다가갔다.
“괜찮다니까 왜 왔어. 오빠가 걱정되어서 온 거야, 아니면 주익현을 걱정하는 거야?”
송민지는 배민훈의 표정을 보고 식겁했다. 웃고 있는 얼굴에 살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배민훈 씨, 어디 가세요!”
고서원이 임수지 앞을 막아섰다.
“임수지 씨, 선 넘지 마세요.”
임수지는 어릴 적부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였다. 성격이 불같아서 억울한 건 절대 못 참았다. 배민훈은 임수지의 신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면을 구겨버렸다.
임수지가 아무리 예의를 차려 말해도 배민훈은 주익현을 고소해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배민훈 씨, 경고하는데 서울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법대로 사시라고요. 오늘 만약 주익현이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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