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장
그리고 주익현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을까.
"주익현, 나 이번에는 꼭 너랑 결혼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주익현의 심장이 떨렸다.
"그래."
하지만 송민지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편안하게 잠들었다.
연이어 쏟아지던 비는 많은 이들의 생각을 어지럽혔다.
드디어 배민훈 할아버지의 제사가 끝났다.
매년 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부동한 사람이었다.
이시아는 하얀색의 꽃무늬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추워진 탓에 그 위에 숄을 걸친 채 긴 머리를 올려묶은 그녀는 단아하고 예뻤다. 그때, 이시아가 외투를 들고 배민훈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수고했어. 걱정되면 가 봐, 민지 아직 어려서 너 많이 의지하잖아."
이시아는 배민훈이 이 두 가지 일을 할 때를 좋아했다. 첫 번째는 열심히 일을 할 때의 모습이었다, 배민훈의 듬직하고 날카로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다.
배민훈은 담배를 피우다가도 이시아가 곁으로 다가가면 그녀가 냄새를 맡게 될까 봐 담배를 버렸기 때문이다.
매번 그런 배민훈을 볼 때마다 이시아는 그가 자신을 신경 쓰고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담배를 끈 배민훈이 손으로 담배 연기를 날려 보냈다.
곧이어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빛이 이시아에게 닿았다.
"방에서 쉬어." 배민훈은 그저 간단하게 한마디 했다.
이시아는 그런 배민훈을 붙잡지 않고 아쉬운 눈길로 떠나는 그를 바라봤다.
이시아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그 속에 담긴 도리를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은 다 그랬다, 영원히 한 사람에게 마음을 줄 수 없었다.
그때, 이시아의 머릿속에 이주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는 집에 있는 여자가 아무리 좋아도 밖에 있는 것만 보면 다 향기롭다고 생각해. 민훈이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다 잘 알고 있는 아이다. 배연지든 그 옆에 있든 아이든 다 너만 못해, 시아 네가 배씨 집안 미래 사모님 자리에 제일 잘 어울려. 시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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