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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장

"제가 이시아랑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하실 수 있겠어요?" 배민훈이 손목시계를 힐끔 보더니 이주림에게 다가갔다. 그가 사나운 눈빛을 한 채 물었다. "이제 전과는 달라요, 정략결혼 그딴 거 저한테 소용없다고요. 이씨 가문에서 파혼하겠다고 하는 거 제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요?" "저는 말 잘 듣고 눈치 있는 배 사모님이 필요한 겁니다." "시아가 어렸을 때부터 저랑 함께 자랐다고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규율을 모른다면 배 사모님 자리 잘 차지하고 있을 사람 얼마든지 있습니다." 감정은 배민훈에게 필수품이 아니었다. 이시아는 충분히 예뻤다, 하지만 예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배민훈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드는 거였다. "너 지금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거야?" "거역이 아니라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겁니다. D시에 여자 이시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배민훈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사무실을 나섰다. 이주림은 그런 배민훈을 보다 화가 나 지팡이를 내려쳤다. "이 빌어먹을 놈의 자식이, 지금 은혜를 저버리는 놈이 되겠다는 거야? 시아가 너를 12년이나 기다렸는데 그런 시아를 버리겠다고!" 그 말을 들은 배민훈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씨 가문에서 파혼하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그 후과도 감당해야죠." "이놈이, 거기 안 서!" 하지만 배민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 고서원은 여전히 화가 난 이주림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고서원은 배민훈이 또 어르신을 화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민훈을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간 고서원이 운전석에 앉아 물었다. "대표님, 민지 아가씨 학교로 갈까요?" 그 말을 들은 배민훈이 의미심장하게 주차장의 비어버린 자리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배민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서원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십여 분 뒤, 송민지는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차의 뒷좌석에 앉았다. "대표님, 어느 식당으로 갈까요?" 고서원의 말을 들은 배민훈이 다리를 꼰 채 두 손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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