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장

“그러니까 어머니 뜻은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성우진은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사람을 죽이라고 시켰어요? 하은별이 유나를 다치게 한 일에 대해서 저는 아직 죄를 묻지도 않았는데요?” “우진아, 너 그러면 안 돼.” “제가 뭘 어떻게 했는데요?” 성우진은 하정은을 추궁했다. “어머니는 제가 여러 번이나 유나를 오해하게 만들었어요. 제가 어머니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못할 거라 여기세요? 그런 거라면 완전히 헛짚으셨어요. 전 인정사정 봐주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그동안 어머니가 한 일들을 전부 폭로한다면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하씨 가문에서 과연 어머니를 구해줄 수 있을까요?” 성우진은 늘 지금처럼 모든 것을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제가 지금까지 어머니를 봐드린 이유는 어머니가 운이 좋아서예요. 아버지가 저한테 어머니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않았어도 어머니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하정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흥분했다. “거짓말이지? 너희 아버지가 절대 그랬을 리가 없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저승에 가서 아버지한테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절 낳아준 건 고마워요. 그렇지만 몇 년 동안 저도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어요. 그때 그 아이, 어머니가 유나에게 한 짓들에 대한 증거를 전부 모아서 유나에게 줬어요. 유나가 그것들을 세상에 폭로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요.” 성우진이 갑자기 피식 웃음을 흘리자 하정은은 심장이 불안하게 떨렸다. “이번에 전 지켜주지 않을 거니까 스스로 살길을 찾으세요.” 할 말을 끝낸 성우진은 통화를 종료하고 핸드폰을 권민재에게 던졌다. 핸드폰을 챙겨 넣은 권민재는 업무 보고를 이어갔다. “다음 주에 온성 그룹과 협의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대표님이 직접 가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갈까요?” 예전이었다면 성우진은 가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온유나는 회사를 인수한 후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었다. 온유나를 만날 시간이 극히 적은 성우진은 그녀를 만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