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온세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최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의 침실이라기보다는 허름한 서재로, 한쪽 벽에 걸린 책장에 책이 가득했다. 낡은 책상과 구석에 있는 접이식 싱글 침대가 방을 이루고 있었다.
온씨 가문도 부잣집인데 온재혁이 딸을 이런 곳에 살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온재혁이 온세라를 미라 대신 최씨 가문으로 시집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벙어리 사생아가 그의 마음속에는 확실히 아무런 지위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도구일 뿐이었다.
온세라는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불안하게 최서진을 쳐다보았다.
최서진은 책장 앞에 서서 책 한 권을 뽑아 들고나오다가 무심한 듯 물었다.
“아까 아래층에서 온재혁이 무슨 말을 했어?”
온세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안 했어?”
최서진이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손에 든 것은 무엇이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온세라의 머릿속은 굉음이 들려왔고 자기도 뒷걸음질 쳤다.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방이 땀으로 흠뻑 젖을 지경이었다.
최서진이 보았다.
최서진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데도 가만히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고, 그 복잡한 눈빛은 마치 심연과 같아서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한참을 굳어 있던 온세라는 드디어 손을 내밀어 어깨를 가볍게 떨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
이것은 그녀의 생존 본능이다.
그때 ‘끼익’ 소리와 함께 문 여는 소리가 갑자기 났다.
“서진 오빠.”
온미라가 문을 밀고 들어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일 좀 가져왔어요.”
최서진의 얼굴에 귀찮은 표정이 스쳤다.
“고마워.”
온미라는 접시를 들고 들어와 온세라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언니, 부엌에 가서 도와줄래? 아줌마는 서진 오빠가 뭘 드시면 안 되는지 몰라.”
온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조용히 발을 움직여 아까 실수로 떨어뜨린 하얀 종이 가방을 침대 아래로 걷어찼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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