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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그저 책에만 파묻혀 사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는 놈인 줄 알았는데... 음악에 이렇게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잖아.’ 강원우의 피드백은 백기훈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백기훈은 강원우의 조언을 따라 곡을 수정하고 연주해 보았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에는 강원우의 조언이 단순히 곡을 조금 더 빛나게 해주는 정도일 거로 생각했지만 직접 연주해 보니 몇 마디의 의견은 단순한 수정이 아니라 완벽한 화룡점정이었다. 순식간에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멜로디는 더욱 섬세해졌고 흐르는 물처럼 맑고 자연스러우며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음악을 사랑하는 백기훈조차 강원우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그가 솔직하게 감탄을 표할 리 없었다. 그런데도 강원우에 대한 그의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강원우의 수정을 거친 곡을 연주하는 동안 백기훈은 더욱 열정적으로 몰입했다. 이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곡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연주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한 전환 부분에서 저음에서 고음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구간이 있었는데 현재 백기훈의 실력으로는 완벽히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면 단순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고음이 잘 안 올라가?” 강원우의 백기훈의 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깨닫고 먼저 물었다. 백기훈도 더 이상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이 전환 부분을 제대로 잡기가 어려워.” “나한테 줘 봐.” 강원우가 백기훈의 손에서 기타를 건네받았다. 백기훈은 순간 놀랐다. ‘작곡뿐만 아니라 기타도 다룰 줄 안다고?’ 강원우는 기타를 잡자마자 백기훈이 어려워하던 부분을 막힘없이 연주했고 백기훈은 그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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