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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잘생긴 남학생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자 허지민은 살짝 난처해졌다. 자기 친구들이 수준이 낮다는 것은 곧 자신의 인맥도 수준이 낮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록 허지민이 아직 사회에 깊이 발을 들여놓지는 않았지만 체면은 중요했다. 그래서 강원우, 배진호, 고경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차가워졌고 잘생긴 남학생 일행을 강원우에게 소개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명의 꽤 예쁜 여학생이 강원우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노래를 잘 불러? 꽤 잘생겼네.” “저 눈빛 좀 봐. 히히... 완전 반짝이잖아.” “지민아, 우리한테 소개 좀 해줘.” 하지만 허지민은 전혀 소개할 생각이 없었다. 강원우는 허지민 일행이 자신과 친구들을 깔보는 걸 알아채고는 아예 상대하지 않았다. 배진호와 고경표는 탁자 하나를 잡고 당구를 치기 시작했고 강원우는 큐대를 들고 옆에서 앉아 그들의 경기를 구경했다. 강원우는 당구를 꽤 잘 쳤다. 배진호와 고경표는 애초에 그와 같은 수준이 아니었기에 보통 두 사람이 서로 실력을 겨루며 놀았고 강원우는 심판 역할을 했다. 그때 허지민 쪽에서도 게임이 시작되었다. 잘생긴 남학생은 당구 실력이 상당히 좋았고 그와 게임을 하던 친구들은 금세 참패했다. 그에 잘생긴 남학생은 자신이 최고라도 되는 듯 거만한 태도로 음료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허지민은 그가 심심해 보이자 비위를 맞추고 싶어져 당구를 치고 있던 배진호와 고경표를 향해 말했다. “고경표, 배진호. 석훈 선배랑 한 판 붙어보는 건 어때?” 배진호와 고경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 무리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허지민의 체면을 생각해 응했다. “좋아.” 하지만 오석훈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배진호와 고경표가 걸어오자 그제야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며 힐끗 보더니 말했다. “지민아, 난 허접한 사람은 상대 안 해.” 말투에서부터 노골적인 비웃음이 느껴졌다. 옆에 있던 키 작은 남학생이 거들었다. “석훈이 형은 아무하고 경기하지 않거든.” 허지민은 난처한 얼굴로 나지막이 물었다. “배진호, 당구 잘 쳐?” 그녀는 혹시라도 허접한 친구들을 데리고 온 건 아닐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 말에 배진호와 고경표는 어이없어서 얼굴이 굳었다. ‘정말 도련님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마음속으로 분통이 터졌지만 허지민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에 배진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럭저럭해.” 오석훈이 무심하게 말했다. “상대해 줄 수는 있는데 내기라도 해야 재미있지 않겠어?” 배진호와 고경표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내기를 하고 싶으신 거죠?” “스누커로 한 판에 만 원 어때? 그리고 한 번에 80점 이상 치면 배로, 20점 추가할 때마다 또 배로.” ‘도박?’ 두 사람 다 부유한 가정 출신이 아니었기에 배진호와 고경표는 당황했다. 그들의 망설이는 모습을 본 오석훈은 곧바로 비웃었다. “돈 없어서 못 해? 그럼 그만두지 뭐. 근데 지민아, 네 친구들 수준도 참... 설마 예전에 이런 애들이랑 어울렸던 거야?” 허지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체면만 구겼네...’ “좋아요. 하시죠.” 배진호는 주머니 속 돈을 꽉 쥐며 마지못해 응했다. 남자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허지민처럼 예쁜 여학생에게 무시당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마침 배진호는 주머니에 4만 원이 있었고 두 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세 판이 끝나기도 전에 배진호는 속옷까지 털릴 뻔했다. 더 이상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서 그는 결국 고경표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경표야, 네가 두 판만 더 해봐.” 고경표는 주머니 속 3만 5천 원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경기에 나섰다. 한 번에 80점 샷을 당하는 바람에 그의 주머니에는 5천 원밖에 남지 않게 되어 더 이상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졌는데 내놓을 돈이 없으면 더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 없어? 집에 가서 가져와.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오석훈은 손에 쥔 6만 원을 흔들며 뻔뻔하게 도발했다. “너희한테 돈을 되찾을 기회를 주는 거야. 돈이 있는데도 배팅 안 하는 놈은 돼지보다도 멍청한 거 알지?” 오석훈 일행은 깔깔거리며 비웃었다. 그 의도가 너무 뻔했다. 더 하면 더 잃을 것이고 안 하면 돼지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배진호는 화가 났지만 돈이 없는 건 사실이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할게. 마침 주머니에 돈이 있네.” 그때 강원우가 나섰다. 원래는 개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배진호와 고경표가 탈탈 털린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원우가 자신들보다 실력이 좋다는 걸 알았기에 그들은 복수를 기대했다. 강원우는 셋 중에서 가장 가난한 편이었다. ‘돈이 있었나? 졌는데 줄 돈이 없으면 완전 망신살 뻗치는 거잖아.’ 허지민도 눈살을 찌푸렸다. 반면 옆에 있던 여학생들은 흥분했다. 특히 포니테일을 한 여자애가 말했다. “지민아, 저 잘생긴 애 당구 잘 쳐?”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뭐, 잘 못 쳐도 괜찮아. 잘생기면 됐지.” 포니테일을 한 여학생이 싱글벙글 웃었다. 오석훈은 강원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좋아. 규칙은 다시 설명할 필요 없겠지?” 오석훈은 속으로 고민했다. ‘이 녀석, 돈은 있나?’ “알아요. 근데 룰을 좀 바꾸죠.” 강원우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폐 뭉치가 들어 있었다. “한 판에 2만 원으로 해요. 그러고 60점부터 배로, 10점 추가할 때마다 또 배로. 어떠세요?” 주변이 술렁였다. 한 번에 80점을 치기란 엄청 어려웠지만 60점은 종종 나오고는 했다. 그리고 오석훈의 실력으로 보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돈을 잃으려고 작정했나?’ 심지어 그 포니테일 소녀도 허지민을 슬쩍 건드리며 묻었다. “저 친구 집, 잘 살아?” 허지민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작게 저었다. 포니테일 소녀는 허지민의 반응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모른다는 뜻인가? 아니면 못 산다는 뜻인가?’ 배진호와 고경표 역시 강원우의 선택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갑자기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난 건지는 모르지만 강원우 집안 사정은 대충 알고 있었다. ‘이렇게 크게 베팅하다가 지면 어쩌려고 저러지...’ 배진호는 몰래 강원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강원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실 강원우의 지갑에는 20만 원 정도 되는 돈이 있었다. 그 돈은 강원우가 일정 대학 이상의 성적을 보장하며 받은 돈에 여름방학 두 달 동안의 용돈까지 더해져 있었다. 원래는 프로그래밍 자료와 경제 관련 서적을 사고 마지막으로 좋은 기타 하나 장만할 계획이었지만 오늘 전부 꺼내 베팅해 버렸다. 오석훈의 눈이 살짝 빛나며 그 속에 감출 수 없는 탐욕이 번뜩였다. “좋아, 그런데 금액이 좀 큰 거 아니야?” 오석훈은 일부러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는 강원우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강원우는 고개를 저었다. “적으면 재미없잖아요.” “그럼 더 말할 것도 없지. 바로 시작하자! 이따가 돈 따면 오늘 밤 야식은 내가 쏜다.” 오석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호구가 돈을 갖다 바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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