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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내가 철들었다고 생각한 건지 아빠는 아주 기뻐했다. 계모 역시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송민하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언니, 짐 싸는 거 내가 도와줄게요.” 그녀는 아주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내 방을 둘러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희열이 가득했다. “아빠가 방을 바꾸는 걸 허락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언니, 혹시 나 때문에 화난 건 아니죠?” “내가 하준이 오빠도 빼앗았고 언니가 10년 동안 지내던 방까지 빼앗았잖아요.” 나는 그녀의 말에 굳이 대답할 생각이 없어 몸을 돌려 캐리어를 챙겼다. 그때 송민하는 ‘악’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니...” 넘어지는 동시에 그녀의 팔은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혀 시퍼런 멍이 들었다. “진여정,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때 주하준이 윗층으로 올라오더니 송민하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어두운 낯빛으로 그녀를 조심스레 안았다. “오빠, 나 괜찮아. 언니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송민하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나 안 아파.” “멍이 이렇게 들었는데 안 아플 리가 있어?” 주하준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에 난 멍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한테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의 눈빛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진여정, 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말해.” “민하 건드리지 마. 충분히 가여운 아이야.” “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민하는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고생만 하며 살아왔어.” 나는 더는 주하준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주하준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여자였다. 나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이라 마음이 강철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내 죽마고우가... 3년을 서로 사랑했던 남자가... 단 며칠 만에 젊고 애교 많은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나에게 악랄하고 잔인한 존재라고 딱지를 붙였다. 나는 눈물 대신 웃고 싶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는 바람에 조금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주하준,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얼만데 넌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주하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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