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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나는 고유안에게 먼저 연락하는 대신 대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인 이희연을 만났다. 나는 그녀에게 이 비밀을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이희연이 준비한 환영회 자리에서 고유안을 만나게 되었다. 고유안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룸 문 앞에 서 있었는데 팔에는 같은 계열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 뒤로 로비의 조명이 화려하고 정교한 벽화 위로 내려앉아 눈부신 그림자가 비쳤다. 그는 그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서 있었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된 것만 같았다. 몇 년 만에 본 그는 대학교 때보다 훨씬 더 멋지고 성숙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미 내 약혼자가 되어있었다. 나는 저도 몰래 두 볼이 뜨겁게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인 채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 그리고 순간 등줄기에 땀이 맺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이희연이 들뜬 목소리로 그를 반겼다. “선배, 선배가 여긴 웬일이야?” “마침 미팅이 끝나서 나왔다가 너희들이 보이길래.” 고유안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내가 갑자기 등장해서 불편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모두가 신나서 그를 반겼다. “선배는 초대하고 싶어도 초대 못 하는 사람이잖아!” 고유안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 그는 마침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동기들은 하나같이 그와 인사를 나누고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숙인 채 도무지 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유안은 그런 나를 전혀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정아, 오랜만이라 나랑 어색해진 거야?”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마침 생글생글 웃고 있는 고유안과 눈을 마주쳤다. 한순간 내 얼굴은 확 달아올랐고 목덜미까지 뜨거워졌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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