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온연은 고통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목정침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그의 눈빛은 침울했고, 얼굴빛마저 차가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 졸음이 몰려왔지만 온연은 잠들 수 없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목정침과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온연이 몰래 해성에 온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택으로 돌아온 뒤 목정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온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유씨 아주머니께 물었다.
“목정침, 언제 돌아온 거에요?”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택에 오신 적 없어, 오늘 돌아오셨는 걸.”
온연은 머리가 아팠다. 임립에게 그렇게나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틀림없이 임립이 몰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한 듯하다. 지금의 그녀와 목정침의 관계라면 그녀가 떠떠난 것을 알았더라도 목정침이 일을 놓으면서까지 그녀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연은 문득 독감에 걸린 그가 떠올랐다.
“아, 방에 시트도 갈고, 이불도 바싹 말려야해요. 당분간은 음식도 싱겁게 조리 해야겠어요.”
“그래, 근데 연이 너 안색이 안 좋은데, 도련님이랑 또 무슨 일 있었어?”
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가운 손이 온연의 뺨을 쓸어내렸고 그녀는 곧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경험자인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걸음걸이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
방으로 돌아오니 욕실에서는 부슬부슬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오후에 노곤함이 밀려왔다. 그림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집어 아래층 쇼파로 향했다. 웅크려 앉아 몇 장 읽으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의 머리 위 불빛들이 어두웠고 한눈에 봐도 저택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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